0. 다소 심심하던 (대선)판에 삼성비자금 사태와 이회창 출마를 둘러싼 소용돌이가 정말 모처럼 휘몰아친다. 솔직히 쏟아지는 뉴스 덕분에 잘 정리도 안되는 지경이다. 정리할 겸 짧게 쓴다.

무엇보다 짚고 넘어갈 건 대선주자들이 나름 가장 선명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희비쌍곡선이다.  ㄱ. 이명박 후보는 이에 대해 그 완화를 주장한 바 있고, ㄴ.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후보는 원칙고수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이건 정말 이슈 중 이슈다(이인제 후보는 열외로 평가한다. 내맘이다).

유일하게 이명박 후보만이 금산분리 원칙에 대해 반기를 든 셈이다. 이 원칙은 DJ - 노무현 정권의 골격이 되는 경제정책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중요한 대선공약 중 하나인데, 그 와중에 삼성비자금 사태가 터진 셈이다.

나 역시 경제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뜻밖의 '삼성비자금 사태'를 맞고 보니, 이 문제는 정말 심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각성이 다시금 뒷골을 때린다. 대선후보들의 정책, 그 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대비되는 금산분리 원칙에 입장에 대해 독자들께서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다. 매니페스토(공약검증운동)이 별건가. 이런 관심이 다 그런 거라고 소박하게 생각한다.
이 글은 짧은 글이다. 


1.
주지하다시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줄기차게 '금산분리 완화론'을 주장했다. 그런 와중에 김용철씨의 내부고발에 의해 이른바 삼성비자금 사태가 터졌다. 차별차명계좌의 존재여부를 삼성측에서도 인정한 판국에 이 사태는 삼성비자금 '사건'이지, 삼성비자금 '의혹' 사건은 아닐테다. 그리고 드디어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이회창씨가 오늘 중으로 출마를 공식선언할 것이라고 한다.

며칠 전 한겨레 신문 여론조사에 의한다면 이회창은, 현재로선,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유일하게 30%대로 끌어내릴 수 있는 막강한 후보다. 물론 국민들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한겨레 기사 타이틀은 이회창 파괴력보다는 국민 반대의사가 절반 넘는다에 방점을 찍고 있다.). 


2.
이명박 후보로서는 안팎으로 모처럼 긴장 좀 해야 하는 시추에이숑이다. 밍밍하던 대선정국에서 삼성비자금 사태는 어떤 변화를 가질 수 있을까, 삼성비자금 사태는 금산분리원칙에 어떤 태도변화를 줄 수 있을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문국현 캠프와 권영길 캠프 쪽에서는 신났다.
정동영 캠프 쪽도 은근히 이 사태를 즐기고 있을테다. 아마도 이명박만 똥씹은 표정이지 않을까 싶은데... 물론 사태의 경과를 예견하기란 어렵다.

이미 의혹 수준을 한참 넘어선 '실체'가 보이는 사건인 만큼 신속하고, 냉정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바다. 또 언론들 역시 뉴스 상품으로으로서의 휘발성 강한 '흥미'가치 보다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진지하고, 의미있는 '고민'가치에 좀더 주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와 당신, 그러니 그 무수한 익명들이 이 사건을 그저 그런 사건으로 잊어버린다면, 이 사건도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처럼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릴 수도 있다. 기억하자. 조금만 더 오래 기억하자.

솔직히 대한민국 땅에서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게 뭔가 하면, 실은 별반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이런 이슈가 터지면 그래도 관심을 갖고, 이를 통해 정치권과 권력집단들을 압박하고, '당신들 똑바로 하지 않으면 내가 선거를 통해 응징할 수도(!) 있다'고 도끼눈 뜨는 것 밖에는 뭐가 있겠나. 최소한이라도 하자는거다.

어떤 양반은 "좌파성향의 종교단체"라는 냉전스러운 표현을 쓰면서 김용철씨 도덕성 운운하며, 그 실체적인 진실이 의심스럽다고 (다시는 이 사이트는 찾아가지 않으리라) 개념없는 소리 하시는데, 좀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악당이 범죄를 고발했다고 치자. 악당이 고발한 사건이라고 수사 안할거야? 김용철씨 스스로 '공범'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실체적인 진실은 검찰에서 밝힐 일이다. 자신이 무슨 실체적 진실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말다를 운운하나. 좀 심하게 골때린다.  


3.
그동안 참여연대와 민변에서는 삼성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라고 검찰에 촉구해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물증 없이 의혹만으로는 수사할 없다'고 버텼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중으로 삼성비자금 '사건'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관리 받던' 검찰의 수사의지가 중요해진 셈인다. 관리 받는다는 소리 듣기 싫으면 이제 할 일 했으면 한다.    

모처럼 대선정국이 흥미로워지는 요즘이다. 글이 좀 옆으로 샜는데,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이정환 기자의 글로 대신 갈음할까 싶다.

삼성은 한발 더 나가 아예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삼성이 직접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비자금의 관리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굳이 김 변호사 등의 차명계좌를 빌리지 않고도 비자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고 필요할 때마다 대출받아 쓰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 미디어 오늘, 이정환 [2007-11-02]
이래도 삼성에게 은행을 안겨줄 참인가 중에서




* 관련 기사 - 이명박씨의 금산분리원칙 관련 발언

머니투데이, 오상헌 [2007/05/07]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7일(주: 2007년 5월) "산업 자본이 금융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금산분리는 점진적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략...) "내일 아침 신문에 난리가 날 지 모르고 (이명박이) 대기업을 두둔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저 개인은 역차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이명박 "금산분리는 역차별..해소해야" 중에서
이데일리, 김수연 [2007.10.18]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현재 우리나라의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업 겸영 금지)원칙이 너무 경직돼 있다며, 산업자본의 은행업 참여를 봉쇄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 이명박, 집권하면 금산분리 완화 중에서


* 관련 기사 -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캠프)의 금산분리원칙 관련 발언

프레시안, 이지윤 [2007-10-23]
문 후보는 23일 MBC 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해 "금산분리를 일반인들은 잘 못알아들을 건데 은행마저 재벌 손에 넣어줄 거나 말거냐에 관한 얘기"라며 "유독 삼성이 카드에 이어서 은행을 갖고싶어 하는 것 같고 이를 옆에서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 이명박 후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 후보가 금산분리 완화 주장을 하고 나온 것이 '삼성은행 만들기'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문국현 "이명박 '금산분리 완화'로 삼성 도우려" 중에서

프레시안, 채은하 [2007-10-29]
정 후보는 "아직 10년 전 외환위기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일부 종금사가 사금고화했던 데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은행의 기본 기능은 대출심사를 통해 자원을 배분하고 돈이 떼일 것 같으면 회수하면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일 텐데 은행을 기업이 소유하게 되면 자원 배분이 왜곡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춰봐도 전 세계 100개 은행 중에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한 경우는 독일 6개 은행 등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분리돼 있다"고 했다.
- 정동영이 전경련을 찾은 까닭은? 중에서

프레시안 [2007-10-19]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측 심상정 선대위원장은 19일 최근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금산분리 문제와 관련해 "정동영 후보는 금산분리 원칙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심 위원장은 "정 후보가 모처럼 옳은 얘기를 했지만 그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 후보는 금산분리 원칙을 주장하기 이전에 참여정부의 금산분리 완화의 배경에 대해 분명하게 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심상정 "정동영, 금산분리 말할 자격 없어" 중에서




* 추천포스트 - 이하 foog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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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B-BOY가 된 정동영?

    Tracked from 길...끝...길...시 2007/11/06 13:54 del.

    몇일 전 하자 교육센터에서 하는 청소년 관련 행사에 정동영후보가 다녀왔습니다. 함께 갔었는데.. 그 자리에서 느낀 기분은 한 마디로 '자유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정해진 교육과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청소년 다움을 맘껏 표현하고 있던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 그리고 그들의 재능이 아무런 편견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곳. 그런 나라가 우리가 만들어야 할 대한민국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재밌었던 부분은 B-BOY들과 함께 정동영후보..

  2. Subject : 삼성, 자랑스러운 이름, 삼성?

    Tracked from With Sunny Side Up 2007/11/06 13:56 del.

    드디어 터졌다. 삼성. 어쩌면 대한민국의 상당수가 예상하고 있던 사건이기도 하고, 알 수 있는 사건 이기도 하고. 아무튼 드디어 터진 것이다. 삼성이라는 우리나라 최대의 대기업과 비자금이라고 하는 도대체 떼어낼 수 없는 고리가 드디어 수면위로 올라왔다. 어쩌면 내가 평생 그 실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던 그 사슬이 드디어 드러난 것이다. 몇가지 의문이 생기는 것들을 정리해 보자. 우리나라가 생긴 이래 가장 큰 기업인 삼성. 그리고 대학생들이..

  3. Subject : 웃기는 삼성과 한나라당 그리고 묻지마 지지자들.

    Tracked from 은파리의 '필 생 연 습' 2007/11/06 21:42 del.

    결국 한나라당의 이회창씨가 대선에 출마를 하려는 모양이다. 내일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니 그 내용이야 지금까지의 방향을 보면 대선출마선언이 될것이 자명하다. 요즘 보면 갈곳 잃어 헤메고 있는 두 집단이 있다. 바로 삼성과 한나라당. 거대 그룹 삼성은 자신의 충복에게 덜미를 잡혀 그동안의 비자금 조성에 관한 사항들이 속속들이 밝혀 지고 수구집단 한나라당은 또다른 비리 정치인이 자신의 정당 후보를 밟고서 출마를 하려 하고 있다. 삼성에 관하여서는 세간에는..

  4. Subject : 이명박 후보의 금산분리 철폐 주장 앞뒤가 안 맞는다

    Tracked from foog.com 2007/11/07 00:28 del.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금산 분리에 대한 입장은”이라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그의 답변을 살펴보고자 한다. “금융만 전문화되면 주택 개발과 토지 개발도 정부 예산 쓸 필요 없다.” 이는 아마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PF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부동산 공급해법에 대한 다른 질문에서는 대안을 재개발에서 찾겠다고 했는데 이와 모순되는 발언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관주도형의 재개발을 해법으로 제시..

  5. Subject : 금산분리 완화, 정말 이대로 가자는 겁니까?

    Tracked from 꿈 꾸는 자의 일장춘몽 2008/04/01 05:34 del.

    3월 31일 10시, 금융위원회는 업무보고에서 금산분리[footnote]우리나라에서는 은행 외 금융회사(증권,보험회사 등)는 산업자본의 소유가 허용되므로 정확히는 은산분리라고 불러야 함이 옳으나 여기서는 세간에 알려진 금산분리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기로 한다.[/footnote] 완화를 골자로 하는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footnote]이르면 하반기 '금산분리 완화' 2008.3.31 매일경제[/footnote] (전문은 이곳에서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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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파리 2007/11/06 21:42

    저역시 경제적 이론은 전무 하지만
    요즘의 삼성건을 보면 금산분리를 하지 않으면 알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에 대한 찬반은 분명히 존경 하지만
    삼성과 같은 용도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금융과산업을 하나로 만들어 줄수는 없는 문제 같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06 22:14

      저 역시 깊이 공감합니다.
      삼성의 뼈를 깎는 자기 반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압박이 없다면 삼성은 삼성공화국에서 만족할 것 같지가 않아요.
      삼성제국이 되면 정말이지 공화국의 운명은 위태로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ㅡ..ㅡ;;

  2. foog 2007/11/06 21:44

    잘 읽고 갑니다. 일부러 그렇게 표현하신 것이 아니라면 '차명계좌'를 '차별계좌'라고 잘못 쓰신 것 같은데요.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06 22:15

      앗, 고맙습니다. : )
      지금 보니 그것말고도 오타가 더 있네요. ^ ^;;

  3. 너바나나 2007/11/07 00:38

    꽤 많은 일반시민들도 돈성의 논조와 김용철 변호사에게 의구심을 보내는 것을 보면 돈성이 이 사회를 지배하긴 지배하나 보구만요.
    돈성에게서 떨어지는 떡고물로 배부르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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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07 01:12

      사안을 단편으로 보지 않고, 입체적으로 그 사안을 둘러싼 역학구조를 살펴보는 일은 물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물타기식의 음모론'은 문제라고 봅니다. ㅡㅡ;

  4. 여형사 2007/11/07 11:18

    저도 이정환님의 블로그에서 금산분리 원칙과 삼성사태(?)에 대한 흥미있는 포스팅을 읽었는데 이번 대선에서 이 부분이 매우 흥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삼성 비자금과 로비의 뿌리가 얼마나 밝혀질지 흥미진진 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11/08 13:13

      저 역시 가장 주목하는 관전 포인틉니다.
      BBK나 이회창 출마 보다도 솔직히 더 관심이 생기는 대목이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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