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댓글은 포스트보다 쉽게 지워집니다.
댓글은 포스트보다 볼품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댓글창은 비록 작지만 나와 세상을, 나와 또 다른 실존을 이어주는 넓고, 따뜻한 창입니다. 물론 그 창에 때론 짱돌과 화염병이 날아오기도 하지만요. ^ ^ 댓글을 통해 쓸쓸하고, 무료하기 그지 없는 블로깅이 즐거워지기도 하고, 댓글 때문에 그래도 나름으로 뿌듯했던 블로깅이 참담해지기도 합니다. 댓글은 무엇보다도 가장 순발력있는, 가장 따끈따끈한 온기를 가진 대화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솔직히 댓글창을 닫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내 블로그에 담긴 댓글들 때문은 결코 아닙니다. 그저 개인적인 이유이고, 심리적인 이유입니다. 좀 우울하고, 다소 쓸쓸하고.. 뭐 그런 지겹다고 말하기도 지겨운 그런 것들이죠. 거기에는 어떤 잡히지 않는 그리움들도 겹쳐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건 물론 문득 문득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한때 아거님께서 그러셨듯, '독백'으로서의 블로깅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댓글을 참 좋아합니다.
용기가 부족해서, 혹은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다른 블로거들께서 쓰신 글에 자주 댓글을 남기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의미있는 글에는 어떤 식으로든 내 부족한 흔적이나마 남기고 싶고, 또 작은 고마움이라도 전하고 싶습니다. 또 어떤 글들에 대해서는 부족하나마 비판적인 다른 관점을 전하고 싶기도 합니다.

댓글은 링크와 인용보다는 블로깅 방법론으로서는 그 의미가 크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을 주목해서 읽는 독자들은 포스트에 주목하는 시선보다는 많지 않을 것 같고, 아무리 훌륭한 논평이라도, 혹은 그 논평에 대한 답글이라도, 그것이 제목을 갖고, 메타블로그에 발행되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블로깅이 그저 메마르고 현학적인 지식들, 감상적이고 편협한 비판과 감정적인 선동, 자극적인 미끼질로 어두워질 때 한 줄의 댓글이 편향을 바로잡고, 그런 어둠들에 한 줄 빛을 던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블로깅하는 따뜻함, 그 즐거움을 전해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댓글들'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이 카테고리는 제가 지금까지 만난,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될 댓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까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거님과 예전에 나눈 짧은 대화입니다.



1. 온라인 실존, 블로그 본질로서의 개성

민노씨

블로그의 가상적 독자(아거님께서 쓰시는 표현을 빌자면, 타겟 오디언스)의 범위를 ‘특정’하는 것에 대해서 요즘 좀 곰곰히 생각해보곤 하는데요.

일테면
영화 블로그
IT 블로그
저널리즘 블로그
정치 블로그… 이런 식으로 ‘분업화’되는 블로그들.. 정보 취득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블로그를 그 전체로서, 거기에 담긴 그 블로거의 ‘온라인 실존’ 전체와 대화하고, 교류하는 것에는 좀 ‘불이익’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에 대한 아거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아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분화되는 블로그, 특정 주제에만 올인하는 블로그는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묶어주는 집적(集積) 이익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블로그의 본질인 개성을 잘 보여줄 수 없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당시에 현저하게 보였던 이른바 1세대 블로거들 (예를 들어 호찬님이나 리드미님) 의 블로그를 읽다보면 민노씨가 이야기하는 “온라인 실존”과 대화하는 느낌이 강했는데, 요즘은 이런 블로거들을 잘 찾기 어렵습니다. 또 이런 분들의 visibility가 줄어들고 웹2.0같은 마케팅 유행어나 인터넷 회사들/제품들을 논하는데만 몰두하는 블로거들의 visibility가 높아진 현상을 제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게 생각합니다.

물론 제 개인적으로도 GatorLog에서 가급적 에피소딕 메모리를 남기지 않고 시멘틱 기억에만 몰두하겠다고 결심한 이후로 교류했던 수많은 블로거들의 발길이 멀어진 것 같습니다.



2. 댓글이 담긴 글
아거, 블로그 시대의 수수께끼 [December 12th,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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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온라인 그리고 오프라인

    Tracked from 관계단절의 시작 2007/11/05 13:24 del.

    [댓글들] 아거 & 민노씨 - 온라인 실존과 블로그 본질로서의 개성에 댓글로도 작성하였지만, 필자는 온라인에서의 만남을 실존의 대면과 같은 무게를 가진다. 실제로 초등학교시절부터 통신으로부터 온라인 만남이 이루어져 왔고, 또 그들과의 인간관계가 오프라인에서도 주류를 이루어왔기 때문에 그런것이라고 생각된다. 무슨 말인가하면 지금 형성되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맥의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시작되었고, 관계의 유지 또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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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댕글댕글파파 2007/11/05 10:13

    댓글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가 있으니 포스트가 방이라면 댓글은 문이겠죠...저는 아는게 별로 없어서 전문적인 댓글은 거의 하지 않고 일상적인 안부만 묻는 정도입니다. 무플방지위원회 댕글댕글파파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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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05 11:42

      겸손이 과하십니다. : )
      말씀처럼 문인 것도 같고, 문옆에 딸린 작은 사랑방 같기도 합니다.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2. cansmile  2007/11/05 12:37

    실존과 대화하는 느낌은 종종들어요. 물론 자주 들르는 블로그의 주인인 아거님이나 민노씨와 같은 사람들이 더 강하지요.

    전 주로 사람을 만나는게 직집 실존을 대면해서 만나는 경우보다 웹상에서 만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해서그런지 더욱 그런 경향이 짙어요.

    물론 실존을 대면한다면 웹상에서의 대면이 그만큼 더 강하게 실존과 대화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런 면에서 요즘 눈 때문인지 웹상에서 자주 보이지 않으시는 아거님과의 만남의 자리에 나가지 못한 것이 여러 모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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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05 23:03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도 몹시 아쉬습니다.
      그나저나 아거님께서 어서 쾌차하셔야 할텐데 말이죠...

  3. 너바나나 2007/11/05 17:24

    오호! 댓글들이란 카테고리 아주 좋구만요. 꽤 잼난 작업이 될 듯싶근영~
    추남이시라 요즘 가을 타시는 듯싶은디 쇠주나 한 잔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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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05 23:03

      앗! 좋죠!
      추남이라기보다는 비만남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방구나 뽕인가요? : )

  4. 가즈랑 2007/11/06 03:41

    저도 댓글을 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주저하는 편인데...뭔가 전문적인 내용의 포스팅이거나 의견을 강하게 나타내야 하는 경우에 특히 그런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참 편안하고...조용하게 답글을 달아도 되는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그리고 민노씨와 아거님과의 대화는 퍽 정겹게 느껴지네요. 어쩌면 주저없이 답글을 단 것도 두분의 대화 덕분일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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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06 10:54

      그게 좀 그렇죠.. : )
      편안하게 느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언제 한번 뵙죠!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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