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저널리즘과 기사 읽는 훈련

2007/10/11 03:42
캡콜드님의 캡쑝 쿨~한 글 '기자의 악의를 자극하면'을 읽고 드는 생각은 이런거다. 일단 위 글에서 캡콜드님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뉴스 읽기의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요소, 그것은 바로 “기사의 출처가 어디냐(기자, 언론사 등)”, 그리고 “언제 쓰여졌냐” 라는 것이다. 그것들이 바로 기사에 맥락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 중략 ...) 한국언론은 역시 안된다느니, 낚시꾼들이 난무한다느니 하는 지당하고 뻔한 푸념을 늘어놓는 것도 좋지만, 이놈의 세상 당하고만 살 수는 없지 않는가. 자기 자신의 뉴스 수용 능력의 근육도 좀 키워야지. - 캡콜드, '기자의 악의를 자극하면'


(언론기업에서 생산하는 이른바 '뉴스'를 읽는) 독자들은 '기사 읽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건 그런데 비판적인 뉴스 읽기(해석)와는 좀 다른 영역에서의 지적이다. 캡콜드님의 지적을 해석하면, 일단 그 뉴스의 '출신성분'에 대해서 점검해야 하고, 기사 내용이 '상상력의 산물'인지를 또 확인해야 한다고 나는 읽었다. 즉 좀더 풀면 일단은 그 기사가 '포털 하청업체'로 전락한지 오래인 온라인 찌라시업체에서 생산된 뉴스인지, 혹은 정치적인 당파성의 차원에서는 조중동, 혹은 오마이나 한겨레, 경향에서 생산된 뉴스인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고, 그 기사내용이 최소한의 시공간적인 한계(ㅡㅡ;)를 위배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라고 나는 읽었다).

'사실'은 불가침이다.
이건 저널리즘의 일장 일절이고, 저널리즘과는 그 괘를 달리한다고 나는 생각하는, 블로기즘에서도 일장일절로 삼아야 마땅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사실을 떠나서는 어떤 '해석'도 '견해'도 '주장'도 생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석과 견해, 혹은 주장을 치장하는 온갖 현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그것을 앞도하는 진실 그 자체에 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각설하고, 찌라시 저널리즘, 혹은 과도한 당파 저널리즘에 둘러쌓인 한국 독자들은 이제 보도된 기사내용의 '사실' 그 자체를 의심하고, '읽어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자신의 관점에 따라 비판적으로 기사를 재해석하는 '뉴스 해석'의 차원이 절대 아니다. 이는 마땅히 기사 내용의 얼개가 '사실'에 바탕하고 있음을 당연히 신뢰해야 하는 독자들에게 부여하는 '여분의 노동'이다.

우리는 불필요한, 불필요해야하는 훈련과 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 발아점
캡콜드, '기자의 악의를 자극하면'


* 관련 추천글
위에 링크된 글도 좋지만, 개인적으론 그 '후속글'이 훨씬 좋다.
그런데 좋은 글이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왜 댓글이 없는지 신기할 지경이니까(너무나 탁월해서?).
캡콜드님의 멋진 지적을 음미하길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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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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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퍼렁어 2007/10/11 05:15

    제가 자식이 생긴다면 제일 먼저 가르칠 종목? 중에 하나죠 언론이라는 매체에서 사실만을 찾는 방법이라던거 여과시키는 방법들 말이죠...

    9시 뉴스마져도 (그나마 국민들이라는 여러 사람들이 신용하는 최고의 뉴스매체가 아닌가 싶어서 선택함) 왜곡되고 엉터리로 나오는 판국에 보인다고 들린다고 다 믿을순 없을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piff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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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1 12:28

      그러게나 말입니다. ㅡㅡ;;
      건 그렇고 저도 부산에는 정말 가고 싶은데..
      올해에도 역시나 틀린 것 같네요.

  2. 2007/10/11 13:49

    그 포스트 읽고 뜨끔했습니다.
    실제로 기자의 기사가 의외의 이유에 좌우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이러나 저러나 '독자 되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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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1 14:30

      펄님과 같은 기자들이 많다면 그다지 뜨끔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말이죠. : )

      p.s.
      우연히 좀전에 펄님 블로그에 다녀왔는데요.
      '체 게바라와 지적재산권'은 정말 멋진 글이더군요.
      http://blog.naver.com/pariscom/110023016932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3. 맑스의 창 2007/10/11 16:41

    방금 후속글을 보고 왔는데 멋진 글이더군요.
    " 잘 찾은 한명의 블로거 열 조선 안부럽다." 라고 해야 되겠네요^^
    그리고 전에 민노씨와 대화한 내용 중에서 민노씨께서 수구언론을 비판하는 기준을 동시에 한겨레나 여타 진보 매체에도 적용해다 된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전에 도올 김용옥씨가 자정능력이 존재하는가가 사이비와 진짜 종교단체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언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텍스트라고 봅니다. 아직까지 한겨레는 자정능력이 작동하고 있는것 같아서 심각하게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좀 변하긴 변했는데.. 결국 옳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레시안은 초반에는 편집방향도 못잡고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실로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고 봅니다. 경제 부분에서 프레시안의 깊이 있는 칼럼들은 대단하죠. 거기에 비해서 한겨레의 경제 분야는 상당히 떨어지는데 그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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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1 19:32

      말씀처럼 좋은 콘텐츠, 자기만의 분명한 관점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블로거(이 좋은의 표준은 물론 절대적이진 않겠지만요)과 교류하고, 그렇게 자신의 관점과 서로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그 과정이야마로 '블로깅'의 본질적인 재미이자, 가능성이고, 기존의 전통언론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블로깅만의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좋은 블로그들이 좀더 많은 동료 블로거들, 그리고 독자들에게 인정받고, 또 관심을 서로 교류함으로써 새롭고 실질적인 담론을 만들어내고, 그런 담론들을 통해 토론해간다면 정말 말씀처럼 '열 조선 안부러운' 훈훈한 블로그 문화, 블로깅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그저 손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닐테지만요. 그리고 콘텐츠의 거시적인 '유통'패턴과 관련해서 여전히 포털과 언론사닷컴이 지배하는 그 '관성'은 막강하기도 하구요. ^ ^;

      한겨레와 프레시안에 대한 논평에 대해서는... 물론 두 매체 모두에 다소간 애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애정을 갖는다면 좀더 비판적으로 그 애정을 냉정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저 추상적이고, 점점 더 모호해지는 실체없는 맹목적 진영논리의 연장에서 한겨레라서 두둔하거나, 혹은 오마이, 프레시안이라서 두둔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해요(물론 시태오님께서 그렇다는 말은 전혀 아닙니다. ^ ^;; ).

      이 점에서 제가 그래도 상대적으로 두터운 체험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겨레 온라인 영역에서는 여전히 깊은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인터넷 한겨레에서 생산하는 콘텐츠에 대한 아쉬움이라기 보다는 '온라인' 영역에서의 관련 사이트 운영(블로그나 한토마와 같은), 그리고 그 사이트운영과 관련한 콘텐츠의 유통관리의 지점에서 생기는 아쉬움이죠.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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