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블로깅을 왜 하나 싶은 생각이 엄습(까지는 아니지만) 했다. 이런 생각은 순간 순간 스며드는 불특정한 간격의 가속도를 갖고 있어서, 멍하니 딴질을 하다가도 이미 이 생각의 풍경 속에 갖혀버리고, 젖어버리게 된다.
요 며칠 그랬다.

그러다가 읽은 글이 그로커님의 글이다.

거기에 이런 문장이 있다.
"지금은 올블100이 되지 않아도, 매일 포스팅을 할 수가 없어도, 이슈가 되는 주제에 참여하지 않아도, 그리고  포스팅의 글에 추천게이지가 하나도 없다고 해도. 마음이 평화롭고 자유롭다. 소통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그것때문에 블로깅을 해야 할 이유 또한 전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거대)이슈에 참여해서 토론하고, 또 이런 저런 공통점과 차이들을 통해 즐겁게 타인과 소통하는 것은 블로깅의 큰 기쁨 중 하나지만, 거기에 자기가 희미하게 바래져 있다면, 역시나 그 즐거움 마저도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블로깅은 무엇보다 자기를 향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하는 편이다.
암튼 요즘 며칠 블로깅의 기회비용들을 나는 떠올리고, 또 지나가버린 시간들을 떠올리고, 또 정말 정말 멋진 어떤 포스트들을 떠올리고, 그런 포스트를 작성해야지 하면서... 결국은 캬라멜을 떠올렸다.

그로커님께서는 내가 "가을을 타"는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렇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그건 누구나가 다 아는 그런 것들이다.
그건 가족, 친구, 선후배들, 그리고 캬라멜...

우리가 IT업계의 어떤 어떤 사건들에, 대선후보 누구누구의 이런 저런 일들에 관심을 갖고, 또 블로깅한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일, 그리고 누군가의 글에 댓글을 담아 목소리를 더하는 건, 실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손에 꼽을 정도'의 사람들을 위해서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그 사람들을 위해서 그러는거다.

말이 좀 억지처럼 되었는데, 암튼 그렇다는 거다.
나는 블로깅을 한다.
그런데 그 블로깅은 결국은 나를 위한 블로깅이어야 한다.
그런데 결국 그게 '손에 꼽을 정도'의 사람들을 위한 블로깅이다.
말이 여전히 웃긴데,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세상 속에 있고, 세상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우리가 사는게 세상이니까.

우리가 때론 분노하는 이유는
마땅히 행복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상실감, 결핍감들 때문이다.
나는 그렇다.
나는 행복할 자격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캬라멜을 위해서... 나는 좀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p.s.
오늘은 원래 요즘 이슈(?)가 되는 '모리꼬네 할아버지' 이야기, 혹은 언론의 당파성과 관련해서 오연호 사장의 '조중동네' 이야기를 쓸까 싶었는데... 그건 왠지 오늘 만큼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은 나와도, 그리고 당신과도 여전히 아주 '조금은' 상관있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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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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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바나나 2007/10/09 00:59

    요즘 지 블로그에 글을 안 올리고 다른 블로그도 잘 안 보지만, 뭐 그래도 편하구만요.
    자기를 위해서 해야지 안 지치고 원래 목적인 재미?있는 블로깅을 할 수 있는 것 같구만요. 그 재미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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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0 22:52

      ㅎㅎ
      너바님 댓글을 가장 먼저 받은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반가워서요. : )

      "원래 목적인 재미"에 올인~!으로다가 공감합니다.

  2. cansmile  2007/10/09 03:45

    음... 그런면에 있어서 저는 굉장히 저를 위한 블로깅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제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중심이되어서 소통해 방해가 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민노씨께서 올리시는 글들이 스스로에게 부담이 되거나 언급하신 것들이라면 쉬시는게 현명한게 아닐까 살짝 공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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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0 22:53

      그런 걱정도 하시는군요. : )
      말씀처럼 살살 쉬어가면서 또 다른 좋은 글들도 많이 읽으면서 그렇게 블로깅 체력을 비축해야겠습니다. ㅎㅎ

  3. 시퍼렁어 2007/10/09 04:11

    저는 정답을 찾고서 블로깅 한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결국 결론은 수많은 블로거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그런 순간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되었을때 체감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블로그는 개개인의 개성의 '온라인화'라고 생각해요 그중에는 자신의 이야기에 주안점을 두는 저같은 성격의 블로거도 존재할테고 많은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성격의 블로거도 있을테고요 딱히 이렇다 저렇다 정해져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민노씨네의 글들을 찬찬히 보면 매번 다듬어져 있는글들을 볼수가 있어서 좋은데요 그것도 민노씨의 하나의 개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거칠고 직설적이라 민노씨처럼 매끈한 글을 쓰지도 못하거니와 딱딱해지기 부지기수라서요 뭐 이슈를 따르든 자기중심적이든 주변중심적이든 자기만의 성향이니 '자신만을 위한 블로깅'이라는 전제는 틀린말이 아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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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0 22:54

      동감합니다.
      그 거대한 흐름이 좀더 의미있는 방향으로 향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네요. 그리고 그 흐름에 제가 아주 아주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욕심이지만 바라구요.
      말씀 고맙습니다.

  4. Mr.Dust 2007/10/09 06:27

    "자기가 희미하게 바래져 있다면, 역시나 그 즐거움 마저도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자기 자신을 위한 블로깅이 아니라면, 타인과의 구별이 안될 것이고, 그렇다면 소통이라는 것이 불가능하겠지요. 요즘 올블쪽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처럼 같은 이야기의 반복일뿐..(공감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애초에 블로그 성격을 "개인 생각 + 이슈, 이 둘의 적절한 조합. 비율은 70:30" 뭐 이런식으로 잡았기 때문에, 특별한 생각없이.. 블로깅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마저도 없이 블로깅을 합니다만..(뭐 그냥 일상이나 생각을 적는 정도지요)

    민노씨처럼 사회이야기를 많이 하는 블로거나 특정 분야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블로거들은 가끔 그런 생각들을 하는가 봅니다. 근래에 이어졌던 유명 블로거들의 블로그 폐쇄 현상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흠.. 결국은 자기 자신인 것을..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인데.. 그게 쉽지 않나봅니다.
    (문득 그만님의 블로깅 비법이 떠오르는군요. 제 스스로도 충실히(?) 지켜가고 있던 "방문자 수 조절". 그리고 하나더 추가하자면 블로그 분위기나 성향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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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0 22:57

      더스트님 오랜만에 방문해주셔서 따뜻한 위로(?) 해주시니 반갑고, 또 고맙습니다. 저도 그만님의 그 포스트는 인상적으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요. ^ ^;; 더스트님의 블로깅 방법론으로 말씀해주신 7:3은 흥미롭고, 인상적인 언급이시네요. 저도 살짝 참조 하고 싶군요. : )

  5. 해피씨커 2007/10/09 11:40

    누가 그랬더군요
    평생을 살아가면서 하나만 절대 놓치지 않으면 성공하고 행복한 인생이라구요.
    그 하나는 바로 '자신(myself)'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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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0 22:57

      오, 명언이네요.

  6.   2007/10/09 13:43

    요즘 며칠 동안 블로그에도 접속 안 하고 RSS 리더도 안 보고 그랬습니다.
    오늘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그 동안 꽤 편하고 좋더라고요.
    블로깅이라는 것도 다른 일과 같아서, 어떤 때는 액셀레이터를 밟은 자동차처럼 마구 달려나가다가 어느 순간 나무 그늘 밑에 파킹하고 사이드 브레이크 올리고 라디오 켜고 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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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0 22:58

      그러셨군요...

      "어떤 때는 액셀레이터를 밟은 자동차처럼 마구 달려나가다가 어느 순간 나무 그늘 밑에 파킹하고 사이드 브레이크 올리고 라디오 켜고 쉬고 싶은 생각" 절묘한 표현이십니다. 무쟈게 공감가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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