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하이커님의 '빅브라더와 판옵티콘(원형감옥)'이라는 글을 읽었다.

엉뚱한 쪽으로 생각이 자라났다.
 
현대인은 나르시시스트들이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보아주길 원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간의 시선은 점점 더 만나기 어려워지고, 기계의 시선은 점점 더 많아진다.
CCTV가 그렇고, 텔레비전이 그렇다.
그 시선은 냉정하게,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렇게 나를 지켜본다.

그 시선들에게 말을 건넨는 건 불가능하다.
그것들은 그저 무표정하게 나를 지켜본다.

원형감옥의 억압적인 시선이 아닌, 네온사인들의 게걸스럽게 탐욕스런 시선이 아닌, 그저 서로에게 가볍게 인간적인 따스함을 건네는 다소간 로맨틱한 삘이 아는 우정의 시선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혹은 어떤 잡지에서 들거나 읽었을테다.
빠리에 체류하던 처자가 다시 고국(이건 어디였는지.. 우리나라였는지 미국이었는지)에 돌아와서 느낀 가장 큰 상실감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라져가면서 느꼈던 '시선의 상실감'이었다고 한다.

인터넷.
내가 천년을 살아도 다 보지 못할 온갖 활자와 그림들은 나를 바라보고, 또 나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인터넷의 시선들은 얼마나 따뜻한 인간의 온기를 가지고 있는 걸까.
거기에는 얼마나 많은 달콤하고, 낭만적인 우정의 삘들이 숨겨져 있는걸까...

그리고 그 인터넷 속에 블로그가 있다.





* 발아점
히치하이커, 빅브라더와 판옵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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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빅브라더와 판옵티콘

    Tracked from Delusion Laboratory™ 2007/08/30 11:48 del.

    1. 앞 집 김씨 할머니도 뒷 집 박씨 할아버지도 당했다는 전화 사기, 하루라도 안 보내면 밥을 못 쳐드시는지 매일 같이 오는'대출받아요', '외로워요'하는 문자, 전화, 메일. 난 어떤 면에선 강력 범죄보다도 정해지지 않은 다수를 상대로 하는 저런 껄떡거림이 더 싫다. 맘 같아선 수많은 이들에게 민폐만 끼치는 저런 것들은 싸그리 잡아다가 평생 격리해서 그네들끼리만 살게 했으면 싶기도하다. 아니 때론 아예 그런 치들이 애초에 그런 뻘짓을 시작할...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히치하이커 2007/08/30 12:17

    제가 말한 시선(관심)들은 받아봐야 어디에도 쓰잘데 없는 거지만, 민노씨가 말한 시선들은 모두가 좀 더 받고, 나누었으면 합니다.
    아, 물론 저야 왕따 기질이 다분해 따스한 시선이 넘쳐나는 세상에선 살아가기가 좀 힘들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웃음)

    엉뚱하다면 엉뚱하게 나아간 상상이지만, 잘 읽고 가요. 또 하나 배웠네요(이왕이면 하하톤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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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8/31 00:04

      하이커님 덕분에 쓰긴 썼지만, 괜히 잡문 하나 더 늘린 것 아닌가 싶습니다. ^ ^;;
      저도 때론 혼자 있는게 익숙하달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ㅡㅡ;;

  2. rainydoll 2007/08/30 12:44

    글 내용과는 상관없이, 별점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저런 것도 있었던가요? 신기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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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8/31 00:04

      재미삼아 한번 ^ ^;;

  3. 너바나나 2007/08/30 14:26

    날씨 덕분인지 요즘 센티하신 것 같근영! 이럴땐 쐐주나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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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8/31 00:05

      날씨 덕분에 미터합니다. (ㅡㅡ; 역시 썰렁하네요)
      언제 너바님과 쐐주 한잔 해야 할텐데 말이죠. ^ ^;

  4. nova 2007/08/30 17:22

    ㅇㅎㅎ 진짜 엉뚱하게 나아간 글이네요.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개개의 글을 보는 냉정한 시선들은 CCTV와 다를바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어느새 그 냉정한 시선들을 의식하는 글을 쓰게 되는 것도 같고요.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문제 없는 글들, 혹은 카메라를 의식해 얼짱 각도를 잡은 글들. 다양한 비유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잠깐, 저한테 어떤 포즈가 어울릴지 생각해봤는데 카메라를 비실비실 비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쳐든 모양새가 떠올랐습니다. 어익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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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8/31 00:06

      오, 역시 노바님다운 멋진 논평이십니다.
      노바님께서는 워낙에 귀공자타입이셔서.. 마지막에 쓰신 모습은 별로 어울릴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 ^;;

  5. N. 2007/09/01 05:28

    '맥락'의 중요성...

    때로 어떤 글은 '맥락의 의미'가 '문자 그 자체의 의미'를 배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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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9/01 18:34

      맞습니다. : )
      그런 경우를 자주 보고, 또 제 글도 때로는 그런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글도 좀 그런가요? ^ ^;

  6. N. 2007/09/04 19:38

    아 이런. 댓글이 잘못 달렸습니다.
    김규항 관련해 쓰신 글에 달았어야 하는데.
    역시나 잘못 달림으로써 이상한 맥락을 만들어내는군요.
    역시 '맥락'은 중요합니다.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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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9/05 00:21

      ㅎㅎㅎ
      그러셨고만요. : )
      저도 종종 그런 착오를 겪곤 합니다.
      이렇게 친절히 다시와 알려주시니 고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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