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워논쟁이 과열되는 이유

디워논쟁이 과열되는 이유는 '취향'과 '해석'의 차이에 있지 않고, 그 해석과 취향을 전달하는 '태도'에 있다고 본다. 디워를 비판하는 진영도 디워를 옹호하는 진영도 마찬가지다. 왜 서로 대화를 시도하지 않고, 배타적으로 자신이 옳다고만 말하나?

그런데 과연 해석이 '절대적으로 옳을 수'나 있나?

김현은 독재 메카니즘을 동어반복에서 찾는다.
독재는 동어반복이다.

나는 옳다.
왜냐하면 나는 옳으니까.

대화는 불가능해지고, 이제는 '권력 게임'만 남게된다.

이 영화는 정말 후졌단 말이다~!!!
심형래 감독을 욕보이지 말란 말이다~!!!

그래서?

거듭 강조하지만 해석은 해석일 뿐이며, 해석 그 자체의 우열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은 다만 그 해석을 낳은 텍스트와 맥락(콘텍스트)을 통해 유동적인 형태로만 유지된다. 어제의 걸작이 오늘의 걸작은 아니며, 여기의 걸작이 거기의 걸작은 아니다.

그러므로 해석은 '진실''사실''진리'의 형태로 채택되는 것이 아니라, 다수설 혹은 권위의 형태로 채택된다.

디워 논쟁, 그 현상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가 권력을 갖고 있는가?
누가 권위 게임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까?

기존의 담론생산-소비 모델을 따르자면, 비평가들은 우월한 도구들(담론생산에 관한 유통장치들, 일종의 '확성기')을 확보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 시스템의 관성은 유효하다. 여전히 '좀더 큰 스피커'를 갖는 건 '소수의 비평권력'에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블로그와 포털의 게시판은 이 기존 역학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황우석 파동과 디워 논쟁은 이 지점에서 많은 변별점을 갖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2. 디워, 권위적인 비평권력의 붕괴 - 그 위험한 게임

언젠가 정성일(개인적으론 가장 신뢰하는 영화평론가)이 '피아노'(제인 캠피언)를 비평하면서 그러더라. "관객들은 재미있는 칸 수상작과 재미없는 칸 수상작, 귀신같이 골라내요."

'피아노'라는 텍스트를 보자.
많은 비평가들은, 상식적인 의미에서, 그 '피아노'라는 텍스트의 의미를, 해석가능한 의미를 좀더 다양한 관점에서 좀더 풍성하게 추출해낸다. 그런데 그 소위 고급 리뷰어들(비평가들)은 다수의 '예비적 향유자'에게 그 텍스트를 '풍성하게 읽어낼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비평가는 어떤 텍스트에 대해 '권위'를 강요하고, 학습시키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좀더 풍성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대화의 형태'로 유통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자신의 해석과 동떨어진 해석을 보내는 관객들을 '야단'치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이건 자명하지 않나?
우리 시대는 유래 없는 나르시시즘의 시대다. '권위의 목소리'로 가르치거나, '훈계'하는 목소리가 반가울리 없다. 대중들에게 아부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자는거지.

피아노를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읽을 수도 있고(유지나), 제국주의 정치경제학의 관점으로 읽을 수도 있다(정성일). 그리고 나처럼 언어와 권력의 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어떤 해석이 '정답'인가? 정답은 없다.
굳이 정답이 있다면, 그것은 개별 텍스트 소비자 내부에 서로 개별적인 형태로, 고립적인 형태로, 상대적인 형태로만 존재한다.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한다면, 그야말로 독재적인 성향을 가진 사이코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시대는 그것을 강요하고 있다.
놀라운 독재.


3. 아이러니 : 논쟁과 홍보 마케팅의 역학  

언젠가 '미투와 플톡' 논쟁이 블로고스피어를 뜨겁게 달군 적 있다.
그 논쟁 직후 아거님께서 이렇게 지적했다.

"논쟁은 공짜 홍보를 낳는다"
http://gatorlog.com/?p=676

'디워'와 관련해서 오늘 이런 기사가 실린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622

디워를 '영화도 아니다'라고 비판하는 진영도, 본의와는 다르게, 디워 홍보에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4. 결

나는 여전히 전문 비평의 영역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는 영화에 대해, 모두가 쓰레기라고 말하는 영화를 구원할 수도 있고, 모두가 열광하는 영화를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도록 새로운 관점을 부여해줄도 있기를 바란다(사족 : 디워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다. 이 영화는 정말 걸작인데.. 말이지).

하지만 소위 전문 영화비평가들이 자기 세계의 폐쇄적인 권위의식과 '무식한 대중'에 대한 혐오를 버리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영화 평점'의 그 유치한 시스템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것도 비평의 일환으로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비평의 권위는 좀더 빠른 속도로 붕괴될 것이다.

정말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s.
여기에 쓴 글은 초안에 불과합니다.
가급적 보충 추고해서 가급적 빠른 시일내로 키노21에 등록할까 싶네요.
ㅡㅡ;;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158

  1. Subject : 디워를 봐도 될 네가지 이유

    Tracked from 시퍼렁어네 2007/08/06 18:40 del.

    어느 한블로거분의 글을 보고 도저히 이해 되지 않아 씁니다. "1. <디 워>는 미국에서 이미 1500개의 극장을 확보했다며 이 쾌거를 마케팅에 적극 이용했다. 그러나 이 홍보 자료가 생산되기까지의 과정에는 문제가 많다. <디 워>의 미국 배급사 프리스타일측은 분명 "15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만 인터뷰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배급사 쇼박스의 발표자료에서는 "1500개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이 확정되었다"는 얘..

  2. Subject : 디워, 옹호할건 옹호하고 깔건 까자

    Tracked from TTM; post 2007/08/06 19:41 del.

    영화 <디워>때문에 블로고스피어뿐 아니라 온 웹이 시끄럽다. 개봉 전부터 양쪽으로 파가 나뉘어서 시끄럽더니 개봉한 뒤에는 온 웹에서 디워를 다룰정도로 시끄럽다. 왜 사람들은 꼭 한쪽 편에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가운데에 서서 옹호할건 옹호하고 깔건 까면 안되나? 디워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중립 선호자인 나로써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디워의 CG는 정상급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중반부 도심에서의 시가전은 한마디로 최고였다. 특히 그..

  3. Subject : &lt;디 워&gt;, 나는 이렇게 봤다 영화를 본 각양각색의 반응

    Tracked from 누구냐 넌? 2007/08/06 20:56 del.

    진짜 필름 2.0 이놈들도 꽤나 꾸준하군요. 이젠 지친다....그리고 중간에 이름 넉자인 병신아...너는 그게 신세한탄 정도로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에필로그에 감동 먹은 사람들도 적지않단다. 솔직히 디워 보고나서 평하자면 프리미어 '서동현' 기자가 쓴 글이 가장 와닿는다. 선한 이무기가 너무 역할이 없어서 약간 아쉬운건 사실이었다. -----------------------------------------------------------------..

  4. Subject : '네티즌'이란 신분이 주는 난감함

    Tracked from www.Scolion.com 2007/08/07 02:13 del.

    대중적 나르시즘이라는 부분에 대해 걸리는 부분이 있어 트랙백 해봅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수없이 보아왔고 거슬리는 부분에 대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블로거 아니 네티즌이라는 신분을 뒤집어 쓰게 되면 항상 오물을 뒤집어 쓴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넷 상에 들어오면 찌질이..

  5. Subject : D-WAR(디워), 무엇이 이무기를 승천하게 하는가

    Tracked from Log : Lampard 2007/08/07 12:27 del.

    Rise of the Dragon D-WAR(댓글 - WAR ?), 그 이름 처럼 이 영화를 둘러싼 논쟁이 전쟁급이네요. 인터넷 상에서 하나의 화두를 둘러싸고 이렇게 수많은 글들이 공격적으로 포스팅 되는 모습은 처음입니다요. 용가리 (1999) 로 한번 연습 게임을 치뤘으니 이제는 본 게임이라고 할까요. 2003년 D-WAR 제작이 공식적으로 발표 되고 영화 계시판을 중심으로 작은 국지전들이 발생하다가 언론 시사회 이후, Ozzyz님의 1억짜리 떡볶..

  6. Subject :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Tracked from 정신병자의 인터넷 정신병동 2007/08/07 15:06 del.

    이 글은 예인의 새벽 내리는 길의 "네티즌은 찌질하다" 포스트에 대한 민노씨.네의 "찌질한 네티즌을 위한 변명", 그리고 다시 예인의 새벽 내리는 길의 "블로거라는, 네티즌이라는 방패막이를 버리자"까지 이어지는 대화를 읽고 난 후 병자군이 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아니, 병자군의 생각이 아니고, 라캉의 상호작용과 상호수동에 대한 텍스트에 대한 얘기라는 편이 옳겠군요...) 1. 티벳의 "마니차"와 코미디프로의 녹음된 웃음소리 마니차는, 간단히 ..

  7. Subject : 100분 짜리 D-war 논쟁 : coming soon

    Tracked from 아지라엘과 가가멜의 반찬거리: You turn gagamell into documentalist..! 2007/08/11 16:28 del.

    출처:MBC 100분 토론 D-war 전쟁에 TV 까지 동참 하는 군요... 내일(8/9) 저녁 12시 100분 토론의 주제가 디워 라는데....흠. 여태껏 개봉 중인 영화가 TV 프로그램에 토론 주제로 나온 적이 있었나요?... 어제, 7일 MBC 생방송 ‘오늘아침’ 에서는 ‘디워’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버젓히 극장에서 도촬(?) 캠 촬영까지 하더니?... 이제는 100분 토론의 도마 위에 까지 올려 놓는 군요. 출연진을 보시면 김조광수(청년필름대..

  8. Subject : 대화하세요

    Tracked from ego + ing 2007/08/14 06:03 del.

    한쪽은 태도가 문제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본질이 문제라고 합니다.태도와 본질이 다투고 있는 걸까요?아니예요. 이 둘은 처음부터 싸우지 않았어요.싸우고 있는 것은 부끄럽게도 우리들 뿐이예요.물론 그 맘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예요.맘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 일갈해버리면 속이 후련하겠죠.그런데 말이죠.이런 식으로는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아요.좋아하는 사람은 더욱 가까워지겠지만,싫어하는 사람은 더욱 멀어질거예요.이러다가는 안드로메다까지 갈지도 몰라요.세상..

  9. Subject : 심형래,황우석,노무현 그리고 파시즘

    Tracked from ego + ing 2007/08/14 06:03 del.

    * 노무현, 황우석, 심형래를 지지하는 분들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또 그들을 지지한다고 비난받거나, 조소의 대상이 될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급된 사례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닌, 극단적이거나 병적인 사례입니다. 이 글은 정윤호 닷컴에 올라온 '나는 대한민국이 무섭다'에 대한 댓글을 포스트로 다듬은 것입니다. 노무현, 황우석, 심형래 이들의 공통점은 열렬한 팬과, 인터넷이겠죠? 그 중 노무현은 저에게도 해당하는 것 같군요.(..

  10. Subject : 디워를 보고 온 친구의 메시지

    Tracked from 블로초의 블로그 2007/08/16 17:40 del.

    아직 디워 안봤는데 방금 보고 온 친구가 문자를 보냈네요.영화 디워 봤삼. 트랜스포머보다 훨씬 낫삼. 플롯도 더 탄탄하삼. 아직 안보셨담 보셔도 좋겠삼어째 영화를 보고 나서 지지자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네요.나도 아직 안봤는데 아무래도 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디워 논쟁은 평론가들의 완패인 것 같네요.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이 치열한 논쟁도 잦아들텐데요이 논쟁의 후폭풍 혹은 효과는 평론가 권력의 몰락일 겁니다. 사람들이 평론가 없이도 영화..

  11. Subject : 마녀사냥 VS 다수에 대한 폭언

    Tracked from 블로초의 블로그 2007/08/16 17:41 del.

    한꺼번에 비판이나 욕하는 게시물이 많이 달리면 '마녀사냥'이라고들 한다. 사실 그 표현들 하나하나를 보면 꽤나 섬뜩한 것들도 있다.그리고 온라인에서는 아래와 같이 집단공격을 유도하는 무리들도 있다. --------------------------------------------------------------------------- 이송희일 블로그 주소 입니다 가서 욕이나 합시다 2007.08.07http://cafe.naver.com/qkqhdlt..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sepial 2007/08/06 18:20

    오랫만에 뵙습니다~
    우울한데, 비도 오고......^^;;;
    김치부침개에 칼국수가 그립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07 14:54

      앗! 정말 반갑습니다.
      샛별님 오랜만에 와주셨네요. : )
      지금도 비가 오락가락하는데요, 칼국수 생각 나네요. ㅎㅎ

  2. 시퍼렁어 2007/08/06 18:38

    트랙백 겁니다.

    perm. |  mod/del. |  reply.
  3. 시퍼렁어 2007/08/06 18:40

    그리고 또 역시나 배우고 갑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07 14:55

      별말씀을요.
      트랙백 잘 읽었습니다. : )

  4. 내가 내냐? 2007/08/07 12:14

    디워 열풍 (광풍이란 표현은 이 논쟁의 당사자들을 빈정거리는 표현 같습니다.) 이 수그러들줄 모르네요.
    디워 개봉과 더불어 충무로, 한국영화평단, 한국영화산업까지 들썩거리는군요.

    연봉 많이 받는 대기업사원이라면 차라리 우러러볼까나 한국영화평론가들이 무슨 권위의식을 가질 자격이 있는 집단인지조차 의아합니다. 요즘에 포털사이트나 영화잡지에 글 써봤자 원고료 몇 푼이나 받을까요? 영화잡지 한권에 달랑 천원, 버스 한 번 타면 끝인 돈인데요.

    기존의 영화평들이 현학적인 표현과 전문용어의 남발로 대중들과의 괴리감을 발생시키는데 일조했을지는 몰라도 특별히 그들이 관객을 훈계하거나 야단치거나 혐오하거나 어떤 특정한 해석을 정답이라고 강요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느꼈다면 자신의 영화읽기에 대한 최소한의 줏대도 없이 글쟁이들의 펜대에 이리저리 오가는 자신의 모습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왜 일반대중은 이 영화의 가치를 몰라줄까!` 라고 한탄하는 순간이 많은데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평론가집단이 그런 생각이 안 들까요? 그러나 그런 생각이 관객을 향한 글에서 표출되는 것을 목격한 기억이 거의 없군요. 오히려 제가 평론가들을 싫어하게 된 계기는 하x봉 같은 인간이 영화평론이라고 써갈기며 소중한 영화들에 별을 매길때나 현실개념 상실한 대책없는 386출신 평론가들의 평론이라기보다는 독립투사투쟁선언문 같은 글이지 대부분의 평론가들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그들의 글에서 최대한의 긍정적 지식을 흡수하여 제 영화읽기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노씨가 말씀하신 지구를 지켜라 를 발견한 관객도 일반대중이 아니라 극소수의 매니아층과 평론가들이었습니다. 종합예술인 영화를 통해 상징과 의미를 발견하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결코 자의식 과잉이나 지적우월감으로 폄하될 성질의 행위가 아닙니다. 디워의 경우 영화개봉전 워낙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상태에서 시사회 후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다!` 란 입소문과 효과적인 마케팅전략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이런 큰 이슈가 되었지 시사회 후 평론가들이 앞다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면 관객들이 영화 관람후 "평론가 xxx들! 이걸 영화라고 별 다섯개를 줘서 관객을 속여? 역시 평론가란 인간들 하는 소리는 믿을 게 못돼" 소리가 나왔을겁니다. 오히려 디워에 평론가란 직함을 단 인간들이 호평을 하면 그것이 그들의 직무를 배반하고 직업적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로 비춰질 것 같군요. 물론 영화역사엔 평론가와 관객을 모두 사로잡은 영화가 무수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역사에 기록될 명작들의 경우고 디워 는 그런 종류의 영화는 아니죠.

    한국의 평론가들의 삽질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영화평단의 큰 문제점은 그런 권위주의적인 태도같은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빨리 변화하는 영화계의 트렌드에 적절히 대응하고 반응하지 못해 어떤 새로운 트렌드의 출현에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즉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 헛소리한다고 욕을 먹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래도 일반대중보다 영화를 먼저 보고 해석하는 평론가의 특성상 그런 리스크를 안고 공짜 시사회표를 얻고 글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트렌드에 가장 먼저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객의 취향과 담론이야말로 평론가에 앞서는 것 아니냐? 라고 질문할 수 있겠죠. 그런 질문이 나오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근원적인 문제는 영화제작의 주체인 제작자와 감독, 시나리오작가들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관객의 모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라! 그것이 바로 명화다! 라는 명제가 그들에겐 떨어집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명제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안다면 흥행에 실패하는 영화가 나올 수 없겠죠? 영화뿐만 아니라 제가 예전에 근무했던 음반쪽의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음반출시시 대충 판매고를 예상하는데 그 정확도는 30%를 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럴싸한 변명이라면 예술작품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세월이 흘러야한다. 라는 상식을 적용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과연 일년, 이년, 십년뒤에 디워에 대한 평가가 어찌 이뤄질지 예측해보는 것이 디워를 왜 까냐, 넌 심빠냐, 심까냐 라는 말싸움보다 더 디워를 위한 긍정적 평가행위가 될겁니다. 포털사이트를 둘러보면 "심감독의 사례를 모델로 삼아 충무로는 제작풍토를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가져가야한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16mm 단편영화라도 한 편 찍어보고 그런 말씀을 하시기 바랍니다. 충무로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조폭영화나 싸구려 섹스코미디 영화 찍는 것이 아닙니다. 민노씨가 좋아하시는 정성일씨가 그랬죠? "요즘 평론가들 16mm 단편영화나 한 편 찍어보고 영화얘기 떠드는지 모르겠다." 라구요.제가 영화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제 마음 한구석에 부끄러움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민노씨가 인용하신 정성일씨의 인용구는 틀렸습니다. 재미있는 칸느수상작과 재미없는 칸느수상작의 구분이란 건 없습니다. 자신이 느끼고 받아드릴 영화와 자신이 느낄 준비와 각오가 되어있지 않는 영화의 구분이 있을 뿐입니다. 지나치게 능동적인 영화감상법이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한 대답 역시 정성일씨가 일찌감치 한 상황입니다. 그는 우문현답과 자문자답을 동시에 한 셈이죠.

    에드 우드처럼 훗날 변종된 형태의 찬사로 재평가받는 작품과 감독은 많습니다. 심감독도 그런 가능성은 보여줬다 생각합니다. 디워 논쟁의 가장 추한 논객은 평론가 행세 실컷하면서 평론가들을 까는 척하는 글을 쓰는 얄팍한 심성을 가진 네티즌들이지 평론가나 심빠들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저녁 쓰고 수정하려니 민노씨 블로그 접속이 되지 않더군요. 사무실 컴 문제인가...집에서 추후에 수정했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07 16:27

      내내님 깊이 있는 논평 잘 읽었습니다.
      한 4, 50분 동안 열심히 썼던 제 답글이 날아가버렸네요. ㅠ.ㅜ; ㅡㅡ;;
      메모장에 쓰고 옮길 걸 그랬습니다.

      글을 쓰는 중간 중간 전화 때문에... 쓰다가 전화하고, 전화마치고 쓰고.. 그랬는데.. 창을 너무 오래 띄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ㅡㅡ;;

      내내님의 논평에 대한 제 대답은 조만간 새로운 포스트로 올릴까 싶습니다. 다시금 깊이있는 논평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5. 情人 2007/08/06 19:21

    우래뫼 생각난다

    perm. |  mod/del. |  reply.
  6. 무브온21(커서) 2007/08/06 22:13

    정확하고 대단하십니다. 저도 권력투쟁에 뛰어든 한 사람일뿐이죠. ^^ 잘 배우고 갑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07 16:28

      요즘 심기가 불편하실텐데.. ^ ^;
      정당한 비판은 수용하는 고양된 태도를 보여주시길 바래봅니다. : )

  7. 작은인장 2007/08/06 23:29

    안녕하세요. 잘 계시죠?
    글 잘 읽고 가요.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07 16:28

      그다지 잘 있지는 못하구요. ^ ^;
      인장님은 잘계시죠?

    • 작은인장 2007/08/08 03:23

      헉... 무슨 일 있으신거예요?
      저도 그리 잘 지내지는 못하고 있어요. ㅜㅜ

    • 민노씨 2007/08/08 03:32

      ㅎㅎ
      동병상련이시고만요.
      제 문제 중 하나는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살'입니다. ㅡㅡ; 물론 여러가지 문제중 하나일 뿐이지만요.

  8. 옳소 2007/08/07 10:55

    그렇죠.
    동감입니다.
    비평가들의 부실한 안내가 이번 사태에 일조했죠.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07 16:29

      전적으로 비평가집단(?)의 책임으로 보지는 않습니다만.. 디워가 즐거운 대화가 되지 못하고, 서로 일방적으로 배척하는 '싸움'이 되는 모양새라서.. ^ ^;; 좀 아쉽네요.

  9. 람반장 2007/08/07 12:35

    포스팅을 준비하다 민노씨의 글을 알게되고 좌절할까 싶어 멀리했습니다.. :)

    가장 발전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툴을 옛 관습으로 사용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들을.. 쉽게 교통 정리되진 않겠죠 ?

    트랙백 매달려 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07 16:30

      별말씀을요.
      람반장님의 글 일단은 아까 속독으로 읽었는데요.
      이번 사태(?)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주셨더라구요.
      이따가 다시 한번 읽고 제 부족한 답글이나마 남길까 싶습니다. : )

  10. 정신병자 2007/08/07 15:37

    트랙백 주심에 대한 답례로 답트랙백 쏩니다...^^^;

    댓글로 주신 민노씨의 의견은... 퇴근하고 나서 다시 한번 포스팅을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결국 병자군도 "행동하기"상태에 돌입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이 행위가 과연 '가짜 행위'일까요, 아닐까요?)

    perm. |  mod/del. |  reply.
  11. 칫솔 2007/08/07 22:36

    논쟁도 정도껏해야 공짜 마케팅이라 하겠죠. 이제는 너무 시끄러운 노이즈에 피곤함이 몰려오네요. -.ㅡㅋ

    전문 비평, 사라져서는 안됩니다만.. 비평을 하는 시각과 자세는 시대와 호흡하며 중심을 잡을 줄 알아야 하지 않나 합니다. 다양한 눈높이에서 바라볼 줄 모르고 다른 이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 편협하고 고집스러운 평론의 틀을 이제는 깨주기를...

    민노씨가 앞장서세요.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08 03:33

      제가 앞장서서 그 풍토가 바뀐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ㅎㅎ 역시나 '시스템의 키'를 쥔 분들은 아직은 저와 같은 '이름 없는 블로거'는 아닌 것 같네요. : )

    • 칫솔 2007/08/08 09:47

      은근슬쩍 피하시려는 눈치가.. ^^
      하지만 점점 더 피할 방법이 없다는 거 아실 듯 합니다만~

      방법은 세가지겠군요. 하나는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거나, 자신이 시스템이 되거나, 자연스럽게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거나... 하지만 중요한 건 시스템에만 묶이는 게 아닌, 시스템과 그 둘레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괜찮은 시도 아닐까요? ㅎㅎ

    • 민노씨 2007/08/08 22:00

      저도 정말 앞장 서고 싶은데.. ^ ^;
      워낙에 역량이 딸려서요. ㅡㅡ;

      다만 칫솔님께서 개략적으로 말씀해주신 바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합니다.
      기존 시스템 자체를 전적으로 부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시스템에 함몰될 수도 없고.. 어려운 문제이면서, 동시에 가능성의 영역이기도 하겠죠. : )

  12. 로망롤랑 2007/08/08 08:54

    굿입니다 ^^
    재밌게 잘 읽었구요,,
    민노씨는 분석글을 아주 논리정연한 형태를 구사하시면서..펼쳐보이시는군요.
    보기 좋습니다.
    저는 뭐,,분석글이랄것도 없지만,
    에쎄이식으로 다분히 감상적으로 접근하는터라,
    배울점이 많네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08 22:01

      별말씀을요.
      그다지 정리되지 않은 글이라서요.
      격려 고맙습니다. ^ ^;

  13. 이정일 2007/08/08 15:38

    "논쟁은 공짜 홍보를 낳는다"란 말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스킨 바꾸셨네요. 깔끔하니 보기 좋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08 22:02

      그건 아거님의 지적이시고요. ^ ^;
      스킨은 본의 아니게 우연적으로 바꾸게 되었네요. : )

  14. 베네치안 2007/08/08 15:44

    '디워'에 관해서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 포스팅이 '쓴귤'님의 이 포스팅입니다.
    http://lehrin.egloos.com/1392192

    여기서 쓴귤님의 지적을 다시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디워'를 비평한 평론가들이 디워에 대한 근거없는 비판을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노씨가 이야기한대로 평론가의 일은 텍스트가 가진 풍성함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겠죠. 하지만 '디워'의 경우...
    '디워'가 풍성한 해석 가능성을 가진 텍스트라고 볼 수 있는가? 이것 자체가 의문입니다 -_-

    영화 평론가들은, 이러한 문제 자체를 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CG를 갖고 조악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심형래 나름의 영화관(觀)은 한국인에게서 나타나는 그로테스크한 탈근대성만큼이나 혐오스럽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의 논리'에 한국 관객들이 점차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겁니다. 최근에 벌어지는 외화의 잇단 흥행에서 알 수 있겠고, '디워'또한 철저히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의 계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영화일 것입니다. 이는 '쓴귤'님이 링크해주신 정성일씨의 시네마디지털서울 인터뷰에서 정성일씨가 우려한 한국 영화의 '헐리우드화'의 강력한 징후라고 봐야 하겠죠.

    그리고, '디워'논쟁 자체가 디워의 흥행을 보장하는 노이즈 마케팅이 될수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디워' 논쟁은 더욱 불타올라야 합니다. '디워'라는 영화가 관통하고 있는 철학적인, 사회적인 질문 자체가 결코 가볍게 넘어갈만한 것이 아니거든요. 제가 제 글에서 밝힌대로 한국인의 내면에 잠재된 '반지식인 파시즘'이라던가,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차이'와 같은 철학적인 문제라던가 민노씨가 지적하신 평론가에 관한 문제, 이 사회의 담론 소비 양상에 관한 문제 등...
    이러한 문제를 그냥 넘긴다면, 문제는 또다시 나타날겁니다. 주류 언론이 아니더라도, 블로고스피어는 이 문제를 갖고서 계속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08 22:06

      베네치안군께서 주신 심도있는 논평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소개해주신 글도 잘 읽었구요.
      여러가지 지점에서 충분히 합리적인 지적이 담겨있더군요.

      주신 말씀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디워 이슈 자체가 다소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은 것 같아서요.
      기회가 닿으면 제 입장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 올리고 싶네요. : )

  15. egoing 2007/08/14 06:07

    잘봤습니다. 제가 여기 저기 트랙백을 걸었더니 최근 트랙백에 스팸처럼 올라왔내요. 실례가 아닐지... 본질에 대한 집요한 시선에 감명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15 08:03

      별말씀을요.
      좋은 글 트랙백 주셔서 고맙고, 반갑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

  16. 블로초 2007/08/16 17:52

    비슷한 시각을 가진 분을 만나서 반갑네요. 난삽한 글 트랙백 걸고 갑니다.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8/16 18:29

      고맙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