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슬로우뉴스에서 발행한 '슬로우 리스트 3: 대선 결과 단상'에 수록된 (전체에서 일부를 차지하는) 내 글의 퇴고하지 않은 풀버전이다.
1. 오랜만에 대한민국이라는 어떤 기괴한 공동체 전부에 대해 극심한 환멸이 밀어닥친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민족, 그런 공동체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선거는 아주 기괴한 선거였다. 왜냐하면 유령의 선거였으니까. 한 쪽에는 좌절한 개혁가이자 실패한 대통령 노무현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타락한 군인이자 실패한 대통령 박정희가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말은 마치 형용모순처럼 들린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박정희가 이겼다. 노무현의 승리를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부를 수 있었을지 의문이지만, 박정희의 승리는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다. 그리고 그 퇴행이 의미하는 슬픔은 우리 공동체가 도달한 가장 강력한 정보 인프라 시대에서 가장 反정보적인 방식으로, 즉 가장 非이성적인 방식으로 대선의 향배가 결정되었다는 절망에 바탕한다. 우리는 가장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 정보 인프라 충만한 시대에 대단히 감정적이고, 그야말로 정신적으로 빈곤한 선거 과정를 보여줬다. 이것이 내 도저한 절망과 슬픔이 머물고 있는 내 인식의 우물이다.
2. 이번 선거는 234와 567세대간 대결이었다. 퉁쳐서 통신(인터넷) 세대와 비통신 세대의 대결이었다. 인터넷 세대가 졌다. TV와 종이신문이 인터넷을 이겼다. 달리 말하자면 인터넷은 5670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권력에 투항(?)한 MBC, KBS와 장수만세하는 조중동은 5670을 지켜냈다(?). 고전적 권력이론의 성실한 복습편 같다. 권력을 원한다면 미디어를 접수하라.
3. 박근혜 뽑은 불쌍한 중생들이라고 말하면, 그 불쌍한 중생들이 '니가 더 불쌍하다'고 바로 내 면전에 대고 침튀며 이야기하겠지만, 박근혜의 정책은 5670(의 대다수 중생들)을 위한 정책인가 생각해볼 때 아마도, 점점 더 가난해지고, 사회적으로 무시받고 있는 5670을 위한 정책은 거의 확정적으로 아닐 것 같다. 박근혜 찍은 그 손으로 가슴 한번 원없이 쳐보시라. 그 꼴을 기어코 봐주마. 유치한 복수심, 길 못찾은 분노 샘솟는다. 하지만... 다 우리 형제, 부모들이다. 하다못해 이웃사촌이다. 빌어먹을.
1. 오랜만에 대한민국이라는 어떤 기괴한 공동체 전부에 대해 극심한 환멸이 밀어닥친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민족, 그런 공동체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선거는 아주 기괴한 선거였다. 왜냐하면 유령의 선거였으니까. 한 쪽에는 좌절한 개혁가이자 실패한 대통령 노무현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타락한 군인이자 실패한 대통령 박정희가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말은 마치 형용모순처럼 들린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박정희가 이겼다. 노무현의 승리를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부를 수 있었을지 의문이지만, 박정희의 승리는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다. 그리고 그 퇴행이 의미하는 슬픔은 우리 공동체가 도달한 가장 강력한 정보 인프라 시대에서 가장 反정보적인 방식으로, 즉 가장 非이성적인 방식으로 대선의 향배가 결정되었다는 절망에 바탕한다. 우리는 가장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 정보 인프라 충만한 시대에 대단히 감정적이고, 그야말로 정신적으로 빈곤한 선거 과정를 보여줬다. 이것이 내 도저한 절망과 슬픔이 머물고 있는 내 인식의 우물이다.
2. 이번 선거는 234와 567세대간 대결이었다. 퉁쳐서 통신(인터넷) 세대와 비통신 세대의 대결이었다. 인터넷 세대가 졌다. TV와 종이신문이 인터넷을 이겼다. 달리 말하자면 인터넷은 5670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권력에 투항(?)한 MBC, KBS와 장수만세하는 조중동은 5670을 지켜냈다(?). 고전적 권력이론의 성실한 복습편 같다. 권력을 원한다면 미디어를 접수하라.
3. 박근혜 뽑은 불쌍한 중생들이라고 말하면, 그 불쌍한 중생들이 '니가 더 불쌍하다'고 바로 내 면전에 대고 침튀며 이야기하겠지만, 박근혜의 정책은 5670(의 대다수 중생들)을 위한 정책인가 생각해볼 때 아마도, 점점 더 가난해지고, 사회적으로 무시받고 있는 5670을 위한 정책은 거의 확정적으로 아닐 것 같다. 박근혜 찍은 그 손으로 가슴 한번 원없이 쳐보시라. 그 꼴을 기어코 봐주마. 유치한 복수심, 길 못찾은 분노 샘솟는다. 하지만... 다 우리 형제, 부모들이다. 하다못해 이웃사촌이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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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치욕스러운 지난시대의 유령들과 괴물들을 등에 업은, 혹은 그 본인인 이가 당당히 최고의 권력에 집권하는 이 부조리함은 박근혜씨가 더이상은... 마지막이기를... 순진한? 희망을 가져 봅니다.
지난 411 총선에서도 뭐니뭐니 해도 생활밀착형인 이른바 (구)미디어의 위력이 가장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48%의 지지율로 1400여만표의 사상최고의 득표율'(앞으로도 두고 두고 뼈아플, 혹은 맛있는? 비아냥의 미사어구가가 될듯...)로도 패한 쪽에서는 그러한 것에 알아도 어쩔 수 없었거나 애써 외면 했거나... 참 바보같고 안쓰럽네요.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승리하고자 한다면 이것은 가장 크고 어려운 숙제가 될 듯 합니다.
저러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로 18대대선이 끝나고 며칠간은 그냥 길을 가다가도 지나치는 낯선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이사람은 누굴 찍고 저사람은 누굴 찍었겠구나 (유치하지만...)내편?이 아닌 누굴 찍었을 저사람에대해서는 불결한 괴물의 형상을 그사람 머리위에 말풍선처럼 띄우고 내 마음의 온갖 악다구니를 쏟아 붓는 놀이?를 했었습니다만 물론 생각으로만요... 아 그러다 퍼뜩 드는 생각이... 그래 내 미미한 삶이지만 나 조차 괴물은 되지 말아야지... 다독이며 그 내것도 아닐 멘붕에서 빠져 나오려 노력하고 있네요.
그 결과가 분명히 2340과 5670의 세대대결이 어쩌구라고 해도 정치권이나 미디어에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선정적이고 악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벌써 그러고 있는 것 같고 아무래도 그럴것 같은데...) 그것은 앞으로 치유할 수도 해결 하기도 어려운 우리의 큰 상처와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이 말들도 지치기는 하지만 정말로 지금이 (순수한 그 의미로의)'대통합'과 '힐링'이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일 것 같습니다. 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달려 했는데 저도 이것으로 18대 대선 단상?! 아무튼 그러~합니다.-_-;;
오랜만에 댓글 한가득 이대팔님의 구구절절 인간의 온기를 담은 이야기를 접하니 감회가 새롭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얼굴 뵌지도 오랜데, 한번 보고 싶습니다. ㅎㅎ
전화 한방 주시죠, 전화를 아주 가끔 거는데 늘 꺼져있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 글 잘 봤습니다
슬로우에도 잘 보는데 거긴 댓글 다는 게 어느순간부터 실패하더군요..;
아무튼 혹자는
일단 새 정부가 하는 걸 보고 잘못하면 그때 비판하자고 하는데...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맞는 말이지만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판단내리면 열심히 의견을 토로해야겠죠
하지만 '언론'의 중립성이 기반을 이루지 않으면 이것도 쉽지 않은 일아라서 아쉽습니다
더 많이 힘들어지거나 또는 삶이 나아지거나 모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왜곡되지 않는 언론을 통해 자기 의견을 당당히 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이런
슬로우뉴스에 댓글이 달리지 않나요?
증상을 알려주시면 가급적 빨리 조치하겠습니다...ㅜ.ㅜ;
** 그러게요...
많은 분들께서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솔직히 요즘 기분으로는 '정부는 니들 알아서 하고, 우리는 우리끼리 살련다...'라는 심정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