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재활용/퇴고 및 보충.

1. 소위 '머리끄덩이녀' 신원이 밝혀졌다. 기사를 훑어보니 "경기도당의 회계담당자"라는 점과 당차원에서 징계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 그리고 경찰/검찰 협조관련해선 선을 긋고 있다 정도가 여기저기 비슷하게 보도되고 있다.  

2. 오마이가 그나마 '보도사진'의 윤리성 문제를 '초상권'과 '공익성'(알권리)의 충돌문제로 다루고 있다. 머리끄덩이 잡은 여성은 '초상권' 없나? (오마이, 12.06.02) : 당연히 '초상권'이야 있지. 그런데 제한될 뿐이다.

3. 홍성수 교수(@sungsooh)는 "얼굴을 본다고 해서 특별한 실익, 범죄 예방 효과 없다"면서 "알 권리가 우선한다고도 볼 수 없다"며, "잘못된 조직문화와 관성에서 나온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문제를 특정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위험이 있다"말한다.

4. 홍 교수 지적은 의미있지만, 이번 사안에서 '머리끄덩이녀'는 공적 장소에서 공적 행위(폭행)을 벌이고 있다. 그 시공간의 공적 역사성이 중요하다. 이 사진은 중앙일보의 호들갑이 맘에 들진 않지만 '역사성'과 '상징성'이 분명히 있다.

5. 머리끄덩이녀의 초상권은 그 공적 역사성(공익성 혹은 알권리로 바꿔도 무방)에 비하면 개인이 감당해야(소위 "수인해야 할") 할 대가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 초상권의 침해 상황은 자초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6. 물론 '~녀'식 조어가 갖는 무책임한 마녀사냥의 폭력성과 저열함을 반대한다. 그건 정말 천박하다. 하지만 보도사진으로서 '통진당 폭력사건'의 '그 사진'은 이한열이나 광주 5.18처럼, 자랑스럽거나 부끄러운 우리 시대를 상징한다.

7. 그 여성의 생김새나 그 여성의 직업이나 그 여성이 살아온 길이나 뭐 이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그 표정이 중요하다. 이번 통진당 사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결정지을만한 '그 표정'. 안타깝고, 아쉽게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

8. 이번 통진당 사태에서 "잘못된 조직문화와 관성에서 나온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문제(@sungsooh)"는 그 여성의 "표정"에 응축되어 있다. 그게 포토저널리즘의 힘(양가적. 해방/억압)이면서, 또 대중의 감각이다. 이미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9. 이런 (간접적이긴 하지만 직접 체험을 방불케하는 인상적이고 충격적인) 섬광기억(아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저 여성의 행패(와 저 여성의 인격권 문제. 행위와 책임의 합리적 비례 문제)와 상관없이 이 사진은 '통진당 당권파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역사에 남겠지 싶다.

0. 통진당 새로나기 특위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솔직히 별다른 기대는 없지만, 저 머리끄덩이녀 만큼의 '치열함'(?)이나 '독기'(!), 언론들이 반복적으로 쓰는 수사를 빌자면, "우악스러움"이 없으면 힘들지 싶다.

추.
보도사진이 갖는 의미 전반과 특히 포토저널리즘의 딜레마적 요소들에 대한 사유들을 들풀 님께서 정리해주시면 좋겠다. 블로그에 올리신다고 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이왕이면 슬로우뉴스에 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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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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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12/06/04 09:15

    * 제목 수정.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버렸다. >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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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민노씨 2012/06/04 09:19

    "이처럼 미디어가 우리의 기억을 생산하고 지배하는 요즘은 미디어에 의해 보도되는 충격적인 뉴스들이 우리에게 섬광 기억으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 아거, 섬광기억 중에서
    http://gatorlog.com/mt/archives/0015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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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희동네 2012/06/04 16:30

    그래...그렇게 되어버리더라...난...사람이 사람대접을 못받는것 같아서 우울해지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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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6/05 02:36

      그랬구먼... 6월 가기 전에 한번 봅시다. 기운 내시고.

  4. capcold 2012/06/05 05:43

    !@#... 미국의 베테랑 사진저널리스트 Andrew Kantor는 (
    http://www.andrewkantor.com/legalrights/Legal_Rights_of_Photographers.pdf ) 프라이버시에 대한 기대, 사적 정보의 모욕성, 진실성, 초상권 등을 관건으로 꼽습니다. 미국 법제 기준이기는 하지만, 이 건에 적용하자면...

    - 프라이버시에 대한 기대가 있는 상황인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공공 장소에서의 활동에 대한 사진. 심지어 정치행사라는 공적 행위. 즉 프라이버시 차원으로 보자면 결격 없음.

    - 사적 정보의 모욕성. 공공의 정보성을 지니지 않으며, 일반적 사람이 공개적으로 알려지기 싫어할 법한 사적 요소가 있는가. 분노 폭발한 표정이 공개되는 것을 싫어할 수는 있겠으나, 공당의 정치행사 폭력행위인 만큼 공공의 정보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 진실성. 딱히 현장의 사실과 다른 허위적 방식으로 읽힐 만한 맥락화가 되어 있는 이미지인가하면, 그것도 아님. 폭력을 행사했고, 폭력이 찍혔을 따름.

    - 초상권. 뉴스 가치가 있다면 면책. 뉴스라는 맥락 속에서 사용.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구인가'보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경우라면 더욱 얄짤없음. 사람 역추적이 아니라(오히려 나중에 모 기관/언론들이 왜 '네티즌'들은 이 사람 신상을 안털었는가 드립을 친 것이 아이러니...) 그 현장에 대한 경악이 주가 되는 사진이었기에, 통과.

    해당 사진을 가지고 악의 넘치는 인간들이 부당한 침해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따로 문제삼을 일이지만, 이 사진 자체를 통진당 폭력사태 뉴스의 일환으로 보도하는 것은 웬만한 과잉친절이 아니고서는 딱히 걸고 넘어지기 힘들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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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6/05 18:44

      역시 캡콜드 님. : )
      깔끔하고, 명쾌하네요.
      보도사진이라는 측면에서 전해주신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5. 민노씨 2012/07/09 09:56

    관련 초강력 추천글
    deupul, 머리채 잡은 그녀의 사진, 무엇을 말하나
    http://slownews.kr/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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