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아점

G+(+Gatorlog Lim)에서 몇 시간 전에 접한 소식. 부엉이가 트위터를 떠났다. 오랜만에 '암흑의 마법에서 정의의 칼로'를 찾아본다. 글을 읽는다. 어렵다. 마치 미로에 갇힌 기분. 하지만 너무도 매혹적이고, 달콤한 미로. 미로는 얼음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성과 마술 같은 비유들에 의해 직조된다. lovol 블로그에 담겨진 언어는 율사의 언어이면서 동시에 연금술사의 언어다. 그리고 떠오르는 몽테스키외, 사법권은 "법을 적용하는 기계". 법관은 "법을 말하는 입 (...) 무생물". lovol이라는 필명 속에서 법을 적용해야 하는 '기계'와 세상의 모든 신비를 맛보려는 탐미적인 '모험가'가 싸운다. 나는 그 아름다운 싸움을, 모험을 상상한다. 그리고 '암흑의 마법'을 깨치고, '정의의 칼'로 돌아올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기다린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lovol'은 헤겔의 <법철학>에 나오는 지혜의 상징,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형상화한 필명.)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라톤 전쟁 후 아테네에서 만들어진 4드라크마(tetradrachm) 은화.
앞면은 지혜의 여신 아테네(미네르바), 뒷면엔 '미네르바의 부엉이'


lovol이 남긴 퀴즈.
한 개의 퀴즈.
램프의 요정(Geni:Genius)
왜 지니나 우리 전래동화 속에서는 소원을 세 가지만 들어줄까?
여기에 정답이 있을까 싶긴 하다. 그래서 더 lovol의 해석이 궁금하다. 연상되는 건 토스트예프스키다. 유배지의 도스토예프스키 일화(이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capcold에게 물어보자).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28살의 청년 도스토예프스키. 생애 마지막으로 남겨진 짧은 시간. 우선 자신의 가족과 벗들을 위해 기도하고, 곁에 있는 죄수들에게 짧은 인사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과 땅에게 감사... 이건 마치 너무도 아름다운 삼위일체 같다. 의미는 나(주체)와 너(공존자로서의 또 다른 '나')와 우리(맥락) 속에서 생겨난다.  


* 추천글
복제와 사적복제 (2011.4.14.) : 그 비유들은 그야말로 믿기지 않을만큼 탁월하다.

* 도스트예프스키 일화에 대해 (보충)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1부 5장)에 나오는 이야기 "남은 5분, 2부는 벗들과 인사 2분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마지막 1분은 세상을 둘러보기 위해"가 돌고돌며 예쁘게 각색된 버전 (capcold) (댓글창 참조)

미하일 페트라셰프스키 주재의 이상적인 사회주의 모임의 일원이 되었다는 이유로 1849년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사형판결을 받고도 총살형이 집행되기 직전에 황제의 명으로 특별 사면되어(이 일련의 특사는 모두 계획된 것이었다.) 시베리아에 유형을 가는 것으로 감형되었고, 옴스크에서 1854년까지 유배생활을 하였다. 이 시기의 체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죽음의 집의 기록》를 펴냈다. 그 밖에도 《백치》 등의 작품에 사형집행 직전의 심정을 묘사하는 등 이 사건 이후 그의 작품 색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위키백과 '도스토예프스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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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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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t 2011/08/04 07:12

    나, 너, 우리... 좋네요.
    요즘 '우리'에 대해서 회의적인 생각들이 넘쳐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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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8/04 07:36

      아이코, 닷캣님 무쟈니 반갑네요잉! ㅎㅎ

  2. 민노씨 2011/08/04 07:36

    * 8월 한달 동안은 10분 정도 쓰고, 1분 정도 읽을 수 있는 글을 쓰자!라고 결심했지만, 이 글은 꽤 시간이 오래 걸린 글. 전체를 서너번 추고한 것 같다. 100분 정도 걸린 글. 하지만 물론 짧게 쓰려고 노력한 글. 앞으론 괜히 길게 쓰지는 말자. 하지만 필요하게 길어지는 글(이라고 나는 생각하는)은 생기기 마련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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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capcold 2011/08/04 08:55

    !@#... 헉, 호명하셨길래 바로 해답편 갑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1부 5장)에 나오는 이야기 "남은 5분, 2부는 벗들과 인사 2분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마지막 1분은 세상을 둘러보기 위해"가 돌고돌며 예쁘게 각색된 버전입니다. D는 워낙 자전적 경험을 작품 속에 많이 녹여넣기는 했지만, 여하튼 소설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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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8/04 15:28

      역시 캡콜사마~!
      역시 백투더소스~!!
      캄사합니다. : )

  4. lovol 2011/08/04 13:34

    감사합니다. 따로 트위터에서 인사드리지 않은 것은 블로고스피어에서 뵐 거라 생각했고 또 그리 뵙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겨서 였습니다. 퀴즈에 대한 제 해석은 한계(limit) 달리 표현하면 다 가지거나 다 될 수 없음 -재물이든 수명이든-입니다. 공존으로 보신 민노씨의 풀이와 그리 멀지는 않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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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8/04 15:30

      제가 고맙죠. : )
      앞으로는 블로그를 통해 lovol님의 빛나는 해석들과 비유의 상상력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말 궁금했는데, '한계'라고 해석하셨군요.

    • lovol 2011/08/04 18:06

      네, 어떤 이야기에서는 세가지가 아닌 한가지 소원만 들어주기도 하는데 가짓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 숨은 뜻 아닌가 풀어보았습니다. 그 점(유한성에 대한 긍정.소박함)이 지니/프로도와 메피스토펠레스/사우론과 다른 점이라 봅니다.

    • 민노씨 2011/08/04 23:12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깊은 고민을 이끌어내는 명징한 지적이시네요.
      한계를 가진 유한성... 보충 논평 고맙습니다. : )

  5. 민노씨 2011/08/04 15:48

    * 도스토예프스키 관련 본문 보충
    : 캡콜드 설명, 위키백과의 관련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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