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 대화 및 단상을 좀더 이어서

0. 맥루한의 고전적인 명제(인간의 확장으로서의 미디어)처럼 매체는 신체기관화하고, 크로넨버그의 최근 비전(폭력의 역사 2005, 혹은 이스턴 프로미시스 2008)처럼 그렇게 스스로가 매체인, 그래서 자신의 역사가 기록된 매체로서의 인간은 그 매체로서의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1. 매체의 진화는 인간의 육체와 거기에 내재된 욕망을 기본으로 디자인된다. 책은 인간의 이성이라는 배타적인, 그러니까 인간과 인간 이외의 존재를 구별하는, 인격적 조건에 주로 작용하는 매체였다. 여전히 가장 고전적인 매체인 책, 거기에 쓰여진 언어들은 궁극의 매체다. 하지만 매체는 귀(라디오)에서 눈으로(영화, 텔레비전), 이제 촉감(애플의 '터치' 상품들)으로 이동한다. 물론 매체의 진화는 이전에 있었던 매체의 육체적인 감각들을 기본적으로 안고 간다.

2. 인간은 매체에 자신의 욕망, 주로 육체적인 욕망을 투사(project)하고, 인간의 욕망이 투사된 매체는 그 쓰임에 따라서 내재화된 욕망을 인간에게 끊임없이, 그 자체로, 그것이 거기에 있고, 내가 거기에 접근할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인간에게 내사(introject)된다. 그러니까 욕망, 가령 이 욕망을, 저기 메간 폭스가 있다, 혹은 저기 현빈이 있다, 라고 예시해보자. 거기에 있는 욕망의 시각적 상징, 그것은 물론 성적인 접촉(touch)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데, 저기 메간 폭스가 있고, 저기 현빈이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그것을 재현한 욕망의 시각화된 물질이 존재한다는 그것만으로도, 우리들의 욕망은 작동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폰도 마찬가지이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따위의 총체적인 의미에서의 UI, 그리고 그 안에서 생산되는 '자율적인 의지를 갖는 인간의 대화'(라는 착각)도 마찬가지다.

2. 그러니까 지배적인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변화는 점점 더 인간의 욕망을 투사하는 기계, 그리고 그 기계와 관계하는 인간의 욕망이 스스로에게 내사하는 상호 작용의 무한한 반복 패턴을 갖는다. 그것은 인간의 신체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욕망은 파편화된 맥락들 속에서 즉각적인 동기들에 의해 조직된다. 지배적인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변화는 혁명의 피와 살이 아니라, 혁명의 자극적인 구호들에 최적화된다. 혁명은 파편화된 드라마가 된다. 물론 이것은 비유다.

3. 지배적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변화는 보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신체적인 욕망(입/코/눈/귀/촉감)을 투사/실현할 수 있는 기제들을 보편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그 욕망에 대한 성찰적 매개의 역할, 고전적인 인문학적 제어장치는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쉽게 말하면 MB정권에서 역사와 사회를 '선택과목화'하는 거 같은 거. 혹은 <쉰들러의 명단>에 등장하는 이런 장면, 독일군인이 묻는다. "당신은 뭘 할 수 있지?" 초로의 유태인이 대답한다. "나는 역사교수요." 싸늘한 대답, "아무 짝에도 쓸모 없군." 인간을 망치나 낫(이건 소비에트에 대한 비유는 아니다)과 같은 '도구'로만 판단하는 독일군인처럼, 이제 지배적인 매체는 인간을 욕망으로 작동하는 기계, 혹은 기계/서비스 상품과 결합한 어떤 것으로 바라본다. 아주 거칠게 말하면, 그 결합된 욕망이 불러일으키는 경제적인 효과, 즉 지불 가능성(만)으로 판단한다. 그게 우리 시대의 소셜 네트워크적 비전이다.

4. 정치와 경제와 지식이 한몸으로 결합한 권력은 신체에 분리불가능한 방식으로 침투한 욕망을 그 시스템 자체로 만든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인간이 인간이라고 했던 명제들, 관념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운동하고 있다. 푸코 투로 말하면, 인간이라는 발명된지 별로 안된 그 '개념'(말과 사물) 자체가 권력이 자기 발전적으로 만들어내는 욕망의 시스템에 의해 자기 자신이 지워진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채 지워지고 있다.

5. 화용론(話用論. 말하는 이, 듣는 이, 시간, 장소 따위로 구성되는 맥락과 관련하여 문장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려는 의미론의 한 분야)의 관점에서 보면, 트위터의 대화와 문장들, 그 언어들은,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체계적으로 분석 불가능한, 비유하면, 무너지는 거대한 건물 속에서, 거기가 보금자리라고 믿고 이런 저런 물건들로 자신의 방을 장식하는 부질없는 몸부림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는 늘 이렇게 부질없는 몸부림에 어떤 의미들을 부여하곤 하지만...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 발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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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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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11/02/18 09:49

    * 제목 수정
    투사와 내사 : 육체화하는 커뮤니케이션, 장치들
    -> 육체화하는 커뮤니케이션, 장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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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민노씨 2011/02/18 10:03

    아무리 초안이라고는 하지만 글 자체가 좀 난잡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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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민노씨 2011/02/18 10:03

    죽은 댓글의 시대... (띵동!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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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민노씨 2011/02/18 10:07

    다음주 토요일 워크샵 준비하려면 읽을 글도 많고, 연락도 해야하고...
    일단 제라드님 글( http://bit.ly/f68XdL ) 다시 읽고, 보충의견 남겨야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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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필로스 2011/02/18 11:12

    아놔 민노씨까지 자기글에 댓글달기 놀이라뉘
    불쌍해서 댓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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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2/18 12:31

      댓글 놀이라기 보다는, 뭐랄까요, 트위터를 대체(?)할까 싶은 의도로다가.. ㅎㅎ

  6. 귀례이야기 2011/02/18 11:38

    어찌어찌하여 주낙현신부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말로만 듣던 이곳까지 오게되었습니다. ^^ 너무나 많은 좋은 글들 책갈피에 넣고 잘 읽겠습니다. 좋은 날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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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2/18 12:31

      주신부님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블로거벗들 가운데 한분이시죠. : )
      정말 반갑습니다.. ^ ^

  7. 아거 2011/02/18 11:47

    민노씨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육체와 욕망이라는 단어들.. 이것 프로이드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싶어진다능.. ㅋ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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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2/18 12:33

      (냉철한) 아거님의 눈으로 들여다봐주시죠. ^ ^;;

  8. 민노씨 2011/02/18 12:34

    * 오타 비문 수정.
    여전히 '오타불변원칙'은 유지되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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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레일린 2011/02/18 14:31

    댓글을 달아야만 할 거 같긔 그렇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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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2/18 17:57

      레일린님께서 친히 댓글을 주시니 감개무량하구먼요.

      추.
      감개무량에서 '개'가 뭔지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感慨無量]이었군요 (...)

  10. 비밀방문자 2011/02/18 18:31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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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2/19 01:13

      글과 전혀 관계없는 홍보 목적 글은 '방명록'을 이용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11. 이대팔 2011/02/19 13:13

    저에겐 수수께끼같이 어려운 글...뭔가 곁다리 짚는 것은 아닌지 모르지만 뭐, 댓글이란 그런 것이므로...그러므로 글을 읽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것은... MB가카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그 말이 왠지 예사롭지 않게 새롭게 다가 옵니다. 거기다 이번엔 가카 스스로 자신있게? '내가'라고 주어까지 넣어서 말하시니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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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1/02/19 16:15

      이대팔님의 댓글은 언제나 대~!환영!!입니다...흐흐.
      얼핏 들었는데, 가카께서 "우리 업적 너무 자랑하지 마라"는 엄청난 조크를 하셨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인지 무척 궁금하더군요..;;

      추.
      그나저나 이번 워크샵에는 오시는거죠?
      동인들의 가벼운(!) 참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당!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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