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에 둔 인간...
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도스토예프스키에 관한 것이다.

혁명을 모의 했다는 혐의로 총살형이 결정되어 처형대에 선 도스토예프스키.
그리고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진 삼분.
첫 번째 일분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두 번째 일분은 자기를 둘러싼 사물과 자연을 느끼고, 바라보는 것으로,
마지막 시간은 자기 자신의 생을 회고하는 것으로...

(이건 정확한 기억이 아니다. 예전에 한겨레 기사를 통해 읽은 기억일 뿐이라서. 그 기사를 찾으려고 했는데, 잘 찾아지지 않는다).

다행히도, 도스토예프스키는 황제의 특사로 처형을 면하고, 시베리아로 유배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마지막 삼분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과 자연과 그것들에 둘러쌓여 있는 자기.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건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사물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아니 그 '사이'에 있는 자기이다.

그건 모두에게 공평하고, 또 모두에게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공평하지 않다.
우리가 죽음에 맞닿았을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삼분 동안, 우리가 떠올리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 발아점 : 레이니돌님의 미투로그
* 경유지 : 민노씨의 미투로그
* 참조글 : 도스토예프스키의 발가락 성욕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120

  1. Subject : 다시 한 번 죽다

    Tracked from r a i n y d o l l 2008/02/18 00:47 del.

    무서운 꿈을 꾸었다. 살인자가 내 뒤를 쫓는 꿈. 다리는 흡사 개펄에 잠긴 것처럼 무거웠고, 살인자는 마치 바람과도 같았다. 악랄한 회오리바람. 잠시 내 몸을 휘감는가 싶더니, 이윽고 저만치 물러나서 이렇게 속삭인다. 조금 더 도망가 봐. 조금 더, 라고. 눈을 뜨는 새벽 5시였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바닥에 발을 내딛으니 느껴지는 결코 익숙해지지 못할 싸늘한 감촉. 그 차가움에 팔뚝 언저리로 닭살이 돋아나더니 이윽고 한 번 움찔, 하며 몸서리를..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SuJae 2007/06/19 13:17

    막상 3분이 남으면, 3분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시간이 오버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리미리 최후의 순간을 대비해놔야겠네요. 의미있는 최후를 위해...

    덧)무플이라 댓글을 다는 것은 아닙니다 :p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6/19 23:06

      이거 왠지 무방위(무플방지위원회) 냄새가 나는걸요? :P
      논평 고맙습니다.
      저도 막상 그런 상황이라면 도스토예프스키처럼 경건한 죽음을 준비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2. 히치하이커 2007/06/19 17:18

    몰라...그거 뭐야...무서워...

    이런 덧글은 너무 유치한가요. (웃음) 작년에 한 수업에서 자신의 삶이 하루만 남았다고 가정하고 자신의 그 하루에 대한 글을 써오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한데 하루도 아니고 3분이라...일단 막막합니다. 이런. ^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6/19 23:07

      유치하긴요.
      솔직해서 더 좋습니다. ㅎㅎ
      그런데 죽음이 때론 너무 무겁고, 때론 너무, 마치 헐리웃 악당들의 죽음처럼... 그렇게 가볍기도 한 것 같습니다.

  3. 민노씨 2008/02/18 01:14

    * 추고적 확인 : 본문 레이니돌님 미투로그는 링크연결 안됩니다. 탈퇴하셔서.. ^ ^;

    perm. |  mod/del. |  reply.
  4. Memory 2009/03/02 15:39

    마지막 3분..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3/02 19:49

      맞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