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혐오와 평범한 야만

2010/04/17 10:04

1926년 소련 형법 제16조는 "공산주의 혁명의 목적상 사회에 위험한 행위는 실정법을 떠나서 처단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었다. 1935년 독일 형법 2조는 "건전한 국민감정에 반하는 행위는 법률 규정 없어도 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정면에서 포기하기에 이르렀다.(13)  
- 이재상, '죄형법정주의', [형법총론], 박영사 : 2004.

옳다 그르다라는 얘기는 아닌듯... 그냥 보편적 일반적 성가치관 이외에는 저랑은 잘 안맞는것 같더라구요. 그냥 싫은거예요. 기호인거죠. (어떤 트위터 글 중에서)

동성애 혐오를 단순한 기호(싫다/좋다)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일반적"이고, "보편적" 감정을 인정한다. 내 안엔 그런 거 없어, 이 따위 산신령 같은 생각 안한다. 나는 무슨 대한민국 아닌 별천지에서 태어났나? '호모새끼'라는 표현이 별로 어색하지 않은, 아니 오히려 자연스런 그런 문화, 그런 시절을 아주  무난하게 통과했다. 지금은 동성애자들이 선호하는 '게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렇게 순화된 표현인 '게이'라는 말 자체에 내재된 다수 사회의 시선, 그 암묵적인 경계의 감정, 아주 없다는 말 안하겠다. 나도 그런 놈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혐오 혹은 부정적 감정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성가치관"이라는 말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다수의 감정이라고 해서 이것을 건전한 상식처럼 이야기 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성애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성가치관이고, 동성애나 양성애는 보편적이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은 성가치관인가? 일견 그럴 듯 하다. 하지만 이 말은 위험하고, 바람직하지 않으며, 기만적이다.  

'가치관'이란 무엇인가? 의미규정이 중요하다. '가치관'이란 좋거나 싫은 '기호' 문제와는 정말 다른 문제다. 가치관은 좋거나 싫은 것을 이야기 하는 즉물적이고, 감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가치관은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별하고, 옳음과 그름을 판단하며, 지켜내고 지향해야 하는 것과 무덤에 파묻어 버려야 하는 것을 제시한다. 가치관은 기존 체제, 다수 권력이 만들어 놓은 '주어진 세계'에 순응하는 허수아비의 밀짚 모자가 아니다. 가치관은 시공간이라는 한계를 가진 인간이 그럼에도 '지향해야 하는 세계'와 연계한다.

적어도 역사를 고민하고, 인류의 진보를 신뢰하는  가치관은 그렇다. 그것은 권력에 따라, 쪽수에 따라 놀아나는 권력 추수적인 꼭두각시 놀이가 아니다.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진실을 탐색하는 모험이다. 그렇게 가치관은 흔들리는 역사 속에서, 문화의 한계 속에서 그래도 만들어가야 하는 그야말로 "보편적인" 인간성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그 가치관의 최소 분모, 흔히 제도와 도덕은 그 당대의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원칙과 준칙을 제시한다. 물론 그 제도와 도덕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건 그 당대를 살아가는 역사의 주체, 인간이다. 

그러니 간단히 말하자. 동성애를 좋다, 싫다고 말하는 건 다수 사회가 내면화시킨 감정이다. 이것이 학습된 문화적 관성의 산물인 것은 명백하다. 더불어 그 지배적 문화 속에서 이것을 좋거나 싫은 개개인의 기호로 수용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이성적으론 옳지 않더라도 뭔가 끌릴 수 있고, 옳더라도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나도 그런데 뭐, 이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렇게 순응화된 다수의 감정을,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마치 합리적인양, 무슨 지향점이 있는 가치관인 것처럼 우기지는 말자.
감정과 가치관을 혼동하고, 이를 가치관이라고 착각하는 사회가 역사에  존재했다. 나치스 하의 독일이다. 히틀러가 수상으로 집권하는 1933년, 그리고 그 자신 대통령 겸하여 총통이 되는 1934년 8월,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헌법이라 칭해지는 바이마르 헌법 체제 하의 공화국은 붕괴한다. 지방의회는 해산되고, 사민당은 불법화된다. 그렇게 전세계에 죽음을 불러오는 히틀러의 제3제국이 시작된다.

과장이라고? 그래 과장이다. 정말 강조하고 싶은게 있어서 그렇다. 과장일지언정 이 점 하나 만은 거듭 강조하고 싶다. 동성애를 싫다,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을 '가치관'이라고 착각하지는 말자. 이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세계'가 될 수 없다. 골백번 생각해도 그렇다. "보편적" "일반적"이라는 수사적 기만으로 동성애에 대한 적대감을 합리적으로 위장하려 한다면, 혹은 그렇게 착각하면서 그것이 아무렇지 않다면, 그런 세계가 도달하는 곳이란 히틀러의 제3세계, 유태인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대다수 독일 국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그 사회성원들이 아무렇지 않은 당연한 것으로 느끼는 그런 세계다.

음습한 시궁창의 뒷골목에서만 악이 자라는 건 아니다. 평범함 속에서, 일견 빛나고 향기로운 안락한 일상에서 악은 무럭무럭 자란다. '악의 평범성'(한나 아렌트)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내는 일이 중요하다. 살아 꿈틀대는 역사를 큰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위에서 자신의 좌표를 냉정하게 설정하는 일, '주어진 세계'를 재검토할 수 있도록 '비판적 인식의 지도'(프레드릭 제임슨)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쓰는 말에 대해, 그 말이 은연중 지배하는 우리의 순응화된 의식을 점검하고, 되새겨 보는 일이 중요하다. '말들의 풍경' 속에서 사는 우리가 그 말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내는 일은 너무 너무 중요하다. 이것은 누군가를 배격하기 위해, 누군가를 비난하고, 비판하기 위해, 유치하게 잘난 척 하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를 좀더 고양된 인격체로서 보호하고, 그렇게 나와 '더불어 함께' 하는 당신을 지켜내기 위한 일이다.

동성애자는 '그들'이 아니라, '우리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추.
"건전한 국민감정"에 반하면 처벌할 수 있었던 나치스가, 그리고 그 나치스 하의 독일 형법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감정"을 가진 독일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MB와 한나라당 지지율이 50%에 육박한다더라...



* 발아점 : 강추
동성애를 싫어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 (black_H)
http://bit.ly/cRmcE2


1. 아주 설득력 있는 논지 전개
2. 다만 동성애 혐오의 해법은 이성적 논박보다는 문화적/놀이적 접근이 훨씬 더 주효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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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동성애를 싫어하는것이 정당화 될수 있는가?

    Tracked from black_H 의 눈으로 세상 보기 2010/04/19 01:37 del.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싫어하는게 소위 말해서 '나쁜게' 아니라는 논리를 핍니다. 하지만 그게 과연 맞는 말일까요? 저는 요즘 인터넷에 '동성애' 관련 키워드로 표면에 떠오르는 '동성애를 싫어하는 것이 정당하다' 라는 논리가 맞는말인지 틀린 말인지 고찰해 보려 합니다. 사실 이 인식은 인간이 모든 사물에 부여하는 인간의 기호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선 '콩을 싫어하는 사람' 을 생각해 봅시다. 콩에 진짜 알레르기가 있..

  2. Subject : 인생은 아름다워, 가족애 속에 곁들인 동성애 코드가 불편하다.

    Tracked from 2010/05/12 16:12 del.

    텔레비젼을 켜면 제일 먼저 게임 방송을 틀어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보고, 별 볼 일(?) 없으면 다른 케이블 방송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느라 지상파 방송은 거의 보는 일이 없습니다. 어제 새벽에 케이블 TV를 켜놓고 컴퓨터를 쓰고 있는데 인생은 아름다워 라는 드라마를 하길래 조금 관심있게 보았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요즘 '동성애 코드'로 이슈가 되고 있지요. 찬반 토론 게시판을 따로 만들 정도로 여파가 크길래, 드라마에서 어떻게 동성애를 묘사하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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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kto 2010/04/17 10:23

    본인이 싫어도 남들이 하는건 좀 놔뒀으면 합니다. 저도 지난번 말씀드린 끔찍한 경험이 있었지만 이 생각엔 여전히 변함이 없네요. 갑자기 섹스가 스포츠가 된 미래를 상상해봅니다. 개인전 혼성 복식 단체전 등의 경기가 있을 것이고, 스포츠니까 잘하면 존경받는 세상이겠죠? 우리가 '과거엔 그랬다더라'를 배우듯 미래에도 지금의 우리를 배우며 흥미로워 하는 모습이 떠오르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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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4/17 15:00

      솔직담백한 논평이시네요. :)

      그런데 "본인이 싫어도 남들이 하는건 좀 놔뒀으면 합니다."라는 말씀은 구체적으로, 어떤 취지에서 하신 말씀인지 잘 잡히지 않네요. 문맥을 보면 (민노씨는 너무 진지하게 핏대 세우지 말고) 동성애를 싫어하는 다수 감정에 대해 그걸 '취향' 정도로 인정하고, 내버려두라.. 이런 정도의 의견이신건가요?

      추.
      트위터 보니 오늘도 바쁘신 듯. ;0

    • okto 2010/04/17 17:16

      제가 사우나 수면실에서 당할뻔 했잖아요. 그 때 기분은 정말 오싹했어요. 그래서 저 본인은 동성애 취향이 절대 아니고 허락할 마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서로 맞는 사람들끼리 주변에 피해주지 않고 만지는 것은 상관없다는... 뭐 그런 뜻이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ㅠㅠ

    • 민노씨 2010/04/17 21:00

      아이코 제가 문맥을 반대로 읽었네요.. ^ ^;;
      답글에 대한 심리는 아무래도 수동적/방어적이 되는 것 같습니다...(ㅎㅎ)
      http://minoci.net/662

      암튼 오해해서 지송...ㅜㅜ;

  2. 민노씨 2010/04/17 15:00

    * 사소한 오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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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Charlie 2010/04/17 15:56

    그런데 실제로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의 토론이 그렇듯 감정싸움의 소용돌이에 묻히는 경우가 너무 많더라고요. 결과는, 깊어만가는 서로에 대한 증오(...)와 늘어나는 편견..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17 21:04

      찰리님 참 오랜만입니다. :)
      이런 주제는 아무래도 이글루스에서 활발(?)한 것 같기도 하더고만요.
      한 두 번 대화로 그 뼛속까지 뿌리박힌 선입견이 사라지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만...^ ^;;
      다만 단지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합리성으로 강변하거나 '다르다'는 걸 틀리다로 착각하는 순응적 관성들이 개선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4. 세인트 2010/04/17 16:30

    한때 동성애 인권에 관심 있어서 미국 성 소수자 인권 단체 글도 뒤적거린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한 번 더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지만 그동안의 부족한 공부가 단순히 공부에
    그치면 (저의 반대측에서) 동성애에 대해 가벼운 소리만 남발하며, 온라인의 가쉽거리,
    키보드 배틀 거리로만 생각하는 사람과 뭐가 다른지 고민도 되네요. ^^;

    답을 구하고 싶어서 질문을 드리는 건 아니지만...동성애 혐오는 왜 생겼을까요?
    자기를 꼬실까 봐서? 이성애자들도 괜찮은 상대를 보면 다짜고짜 섹스하자고 덤비는 것도
    아닌데 동성애자는 그럴 거라고 믿는가 보죠. ^_^;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17 21:33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저 역시 궁금해지는 그런 중요한 질문을 주셨네요. :)
      급하게 구글링해봤지만 역시나 좀더 찬찬히 그 '혐오의 기원'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한국일보 연재 기사에서 이런 지적이 있던데요.
      흥미롭더라고요.

      *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동성애 혐오가 더 흥미로운 현상. 이성애 남자 입장에서.. 남자 게이라면 경쟁에서 물러난 것이어서 반가워해야.. 혐오는 진화론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http://bit.ly/9qZt2k (한국일보)

    • 민노씨 2010/04/17 22:51

      * 보충 관련 자료

      예수가 동성애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까닭 (리틀맨)
      http://blog.daum.net/biblecountry/15866229 초강추.

      예수가 게이로 묘사하는 연극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 1988, 테렌스 맥넬리)("코퍼스 크리스티는 카톨릭에서는 '그리스도의 몸' 즉 영성체를 의미하기도 한다")를 실마리 삼아 종교계, 특히 기독교 근본주의와 로마 카톨릭, 그리고 더불어 이명박의 반동성애 발언("207년 5월 모일간지 인터뷰, "남녀가 서로 결합하여 사는 것이 '정상'") , 이슬람국가의 동성애 박해를 등을 비판하는 글.

      동성애 혐오의 성서적 근거
      "누구든지 여인과 교합하듯 남자와 교합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그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
      - 구약 레위기(20장 13절)

      "이런 까닭에, 하나님께서 저희를 부끄러운 정욕 속에 내러벼 두셨습니다. 곧 저희 여자들은 남자와의 바른 관계를 바르지 못한 관계로 바꾸고, 또한 남자들도 이처럼, 여자와의 바른 관계를 버리고 서로를 향하여 음욕을 불타게 하였고, 남자가 남자로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행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그릇됨에 상당한 대가를 스스로 받게 하셨습니다. "
      - 신약 로마서 1장 26절~27절

      위 글 중 인용
      근본주의 종교가 우세한 미국남부 지역, 이스라엘,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 유교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동아시아 지역은 여전히 소수자 문제 특히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들 지역에서 동성애 문제는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지아는 법으로 동성애를 금지해 징역 벌금 채찍질 등의 형벌이 가능하며 1998년에는 남성들이 여성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을 받았으며, 1999년에도 23명의 트렌스젠더가 벌금 구속형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배타적인 종교근본주의는 역사적으로 성문제에 개방적인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여신중심사회에서 남신중심사회로 바귀고 제사장들을 남성들이 독점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늘날 남성 유일신과 남성사제, 엄격한 제사를 강조하는 유대교, 근본주의 기독교, 이슬람과 함께 춘추전국시대 제사를 직업으로 삼았고 장자상속과 남존여비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주나라의 종법적 국가체제를 지지하는 유교 역시 여성과 동성애자를 배제하고 있다.

      반면 세계교회협의회(WCC)나 세계개혁교회연맹(WARC)에 가입한 서유럽과 미국의 장로교회, 감리교, 루터교 등은 여성사제를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성공회 같은 교단은 동성애자를 성직자로 임명하기도 한다.

      오늘날 보수 기독교인들이 반여성, 반동성애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구약성서의 일부 내용들은 약 2500년전 유대민족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고 구약의 영향을 받은 이슬람의 경전 꾸란(코란)도 약 14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전통을 이어 받은 로마 카톨릭과 근본주의 기독교는 신은 남성이고 신과 성전은 거룩하기 때문에 남성이 여성화되고 성정체성이 불분명한 동성애자는 성전에 가까이 갈 수 없고 성직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 교황 중 가장 보수적인 인물로 알려진 현 베네틱토 16세는 2008년 "전통적인 결혼 방식은 다른 그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여성들과 남성들은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황의 이런 발언은 몇몇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성공회 등 교회까지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허용하는 등 내외적으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스라엘 성전 체제의 권력남용과 대중지배를 비판하고 남녀평등과 소수자의 삶을 존중하는 삶을 살았음에도 로마 카톨릭과 기독교 근본주의는 여전히 여성을 차별하고 다양한 성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예수를 신앙의 근거로 내세우지만 오히려 고대 유대교의 성전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는 반예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통을 자임하는 기들이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에 대한 배제와 차별을 계속하는 한 연극 '코퍼스 크리스트'의 내용처럼 예수는 동성애자들의 고난에 동참하기 위해 게이로 부활해 돌아올지 모른다.

  5. 세인트 2010/04/18 01:09

    에고...간단한 소개도 없이 찾아 온 사람에게 좋은 정보를 주셨네요. ^^;
    '성경과 동성애'는 한 2년 전 제 관심사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다가 근본주의적 마인드를 때려 치웠죠. ㅎㅎ

    동성애에 보수적인 신학자들의 글도 참고하지만,
    다니엘 헬미니악, 월터 윙크, 존 쉘비 스퐁 같이 동성애자들을 위로하는
    진보 신학자도 있다는 걸 안 게 다행이었어요.

    간만에 이야기를 다시 꺼내자면...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로 동성애를 말하려면
    맥락을 되짚어 볼 때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는 것도 이성애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혹시 성경을 읽을 기회가 생기면 읽어 보세요.

    손님(천사)을 밖으로 불러 재미 좀 보겠다고 하는 남자들의 의도가
    어떻게 사랑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

    레위기에 대해서도 보충할 것 같으면.., 레위기에는 생리하는 여자는 불결하다,
    두 가지 재료를 섞은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 입지 말라 등의 가르침도 있으니
    레위기로 동성애를 정죄하는 교회는 그것도 철저히 지켜야 마땅하구요. ㅎㅎ

    소개하신 글은 참고로 해 두겠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4/19 00:00

      별말씀을요.
      오히려 중요한 질문 해주신 점 고맙습니다. 성서에 대해선 그다지 아는 바가 없는데, 특히 '동성애와 성서'에 대해선 대단히 문외한인데, 세인트님 덕분에 부족한 자료나마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네요. 읽으신 책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자료가 있더군요. 이하 제가 짧게 요약하고, 단평을 적어본 것입니다.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 - 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원제 : What the Bible Really Says About Homosexuality? 2000) (다이엘 A. 헤미니악. 김강일 역, 해울출판사 : 2003.)

      "선하신 하느님을 믿으며 [성서]를 존중하고
      자기 자신까지도 믿고 싶어하는
      레즈비언 여성들과 게이 남성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위 책의 일부를 인터넷 상에서 접했는데요. 구약성서(창세기 19장 1절에서 11절)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에 관한 해석이 흥미롭더군요.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는 '동성애'에 관한 단죄라기 보다는, '이방인'(소수자)에 대한 소돔 사람들의 '잔인성'과 '냉담함'을 중심 테마로 보고 있던데요. 헤미니악의 해석을 쫓아 현대적인 관점으로 다시 구약의 '소돔과 고모라'를 재해석하면 오히려 '동성애'과 같은 소수자를 소외시키는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약에서 예수가 소돔을 인용하는 장면('마테오' 10:5~15)가 해미니악의 성서적 근거(소돔의 중심주제는 '거부' '불관용'이라는 점, "하느님의 사자들을 거부하는 것이 쟁점")인데, 이 장면을 재인용하면 이렇습니다.

      예수께서 이 열두 사람을 파견하시면서 이렇게 분부하셨다. "... 어떤 도시나 마을에 들어가든지 먼저 그 고장에서 마땅한 사람을 찾아내어 거기에서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 어디서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말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그 도시를 떠날 때에 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버려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심판날이 오면 소돔과 고모라 땅이 오히려 그 도시보다 가벼운 벌을 받을 것이다."

      해미니악은 위 구절을 인용하면서 '소돔과 고모라'의 주된 주제가 '거부' '거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예수가 언급한 것은 '12 제자'에 관한 '거부'이지 성행위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해미니악은 이어서 '성서'에서 비교적 중요하지 않게 '소돔과 고모라'를 언급하고 있는 구절들을 열거하는데('이사야' 1장 10~17절, 9장 9절, '엘레미야' 23장 14절, '스바니야' 2장 8~11절), 여기에서 주된 테마 역시 불의, 억압, 불공평, 거짓, 악인에게 편승하는 것이고, '간음'이 유일하게 성과 관련된 죄악임을 지적합니다. 이 역시도 성 자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지적하죠.

      그러면서 "[구약성서]의 시각에서 간음은 여성에 대한 범죄도 아니고 결혼의 친밀함을 거스르는 범죄도 아니며 타고난 성적 필요에 어긋나는 범죄도 아니다. 간음은 '정의'에 어긋나는 범죄다. 간음은 그 여성의 주인인 남자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즉, 간음은 다른 남자의 재산을 오용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구절을 보면 구약성서의 세계관이란 고대 유대교의 남성중심적 가부장 문화가 지독하게 스며들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챕터 말미에 "오늘날 벌어지는 소돔의 죄"라는 소제목 하에 이야기하는 내용은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짧게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수께서도 역시 소돔의 죄를 냉대로 이해하셨다. '성서'의 다른 구절들도 드러내 놓고 같은 말을 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소돔 이야기를 인용하여 남녀 동성애자들을 단죄한다.

      그 자체의 역사적 배경에서 이해하면 소돔 이야기는 슬픈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남녀 동성애자들이 그들과 다르거나 이상하거나 별스럽거나 혹은 그들의 말대로 "괴상하다"(queer)는 이유로 동성애자들을 반대하고 모욕한다. 레즈비언 여성들과 게이 남성들은 무리에 끼는 것이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이방인, 곧 외국인이 되도록 강요당한다. 그들은 가족에게 의절 당하고 자녀들과 헤어지며 해고당하고 아파트와 동네에서 쫓겨나며 유명인사들에게 모욕 당하고 설교자에게 비난 받으며 라디오와 텔레비전 종교방송에서 비방 당한 다음 학교에서 구타 당하고 길거리와 산간벽지에서 살해 당한다. 종교라는 이름을 빌어서, 추측에 근거한 유대-그리스도교의 도덕성이라는 이름을 빌어서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진다.

      그와 같은 사악함이야말로 소돔 사람들이 지었던 바로 그 죄다. 그와 같은 잔혹함이야말로 '성서'가 진정으로 거듭해서 단죄하는 짓이다. 따라서 추측에 근거한 '소돔의 죄'를 이유로 동성애자들을 억업하는 사람들 자신이야말로 진짜 "소돔 사람들"(sodomites)일지 모른다. '성서'는 그렇게 이해한다."(해미니악. 10, 11)

  6. 세어필 2010/04/18 01:23

    인간이란게. 참 이래저래 나눠가면서 살지 말입니다. 외계인이 와서 바라본다면,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남자든 여자든 결국 다 '인간'일 뿐입니다. 좀 더 덜 나눠보자면 개나 고양이 붕어 해파리까지 합쳐서 '지구생명체'로만 보일 수도 있겠군요. 이래저래 나눠서 자신이 속한 쪽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살고 있는 게 뭐랄까... 좀 갑갑합니다.
    출산율 관련글을 보다 알게된 프랑스의 PACS가 동성애자의 권리도 보장해준다는 걸 보고는 내심 부러웠습니다. 인식을 바꾸자고 백날 얘기해봤자 사람들에겐 공허하게 느껴지거나 잠깐 이슈화되고 끝나고 말게 되는데요. 물론 그런 논의가 중요하지만 가시적인 성과(제도변화)가 함께 한다면, 그 자체로 더 많은 관심과 논의를 끌어낼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윗분(특히 국회쪽)들이 누가 얘기 안해도 알아서 주변도 좀 살펴가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1c나 되서 당연한 권리를 찾으려고 전태일처럼 분신할 순 없잖아요.

    ps.
    본문만으로 성에 안차시는지 댓글로 글 길이를 계속 늘려가시네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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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4/19 00:04

      세어필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ㅎㅎ
      위 세인트님의 질문 때문에 부족하나마 이것저것 일단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자료들을 찾아본 것에 불과합니다.

      말씀하신 '편협함'과 '나눔'에 대해서는, 또 특히나 '레위기'과 함께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성서적 근거로 이야기되는 '소돔' 이야기에 대해선 꽤나 흥미로운 해석이 있더군요. (위에 세인트님 댓글에 제가 답글로 남긴 내용... )

      그것은 다시 요약하면, 성서에서 단죄하고 있는 것은 소돔 사람들의 타락한 성생활(동성애)가 아니라, 그들의 '편협함'과 '냉담함'이라는 것인데요. 오늘날 동성애 데한 편협한 시각과 '거부'는 오히려 이런 소돔사람들의 '죄'라는 아주 전복적인 해석이더고만요.

      깊이 새겨야 하는 지적인 것 같습니다.

  7. 시퍼렁어 2010/04/18 14:15

    논점에서 벗어나는 이야기 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성애와 동성애에 별로 반감이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성애자에게 동성애자가 호감을 가지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는 가정하에 과연 누구의 주관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말이죠 당연하게 시리 이성애자가 우선시 되어 판단하는게 아직까지는 보편적이라고 할때.. 여하튼 모르겠습니다. 이성애가 보편적이라는 것도 폭력적인 발언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에서의 판단은 어찌 되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관대해질수 있느냐의 문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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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4/19 00:08

      시퍼렁어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은 '동성애+이성애' 문제라기 보다는 '연애' 일반에 관한 문제 같습니다.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를 좋아하는 것이 문제된다면, 같은 이성애자끼리도 어느 한쪽이 덜 좋아하거나, 혹은 좋아하지 않는 문제들은 늘 생기지 않나요? ^ ^;

      그러니 저는 '이성애자나 동성애자, 어느 한편의 주관이 우선되는' 그런 문제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이성애자끼리 연애 문제에 빠지면 어느 한쪽의 의견(주관)이 우선되나요?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저 사람들 사이의 일일 뿐이죠. 정답도 없고, 당사자들 간의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8. 양파로그 2010/04/19 19:11

    우리나라가 또 '비호감' 문화가 있으니 말이죠. 누구를 비호감으로 규정하는 게 그냥 취향이 되어버린..;

    왜 싫어하는지 그게 왜 정당한지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냥 "난 덕후 비호감이야", "난 게이 비호감이더라"고 말하고 이게 마치 "난 그냥 땅콩버터가 싫어"와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참 무서워요.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사람들도 남에게 피해를 줘서 따당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다르고 만만하다고 따당하죠. "왕따가 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더라"는 많은 사람들의 관찰에서 보여지듯, 단지 이유가 있기만 하면 왕따당해도 괜찮은 거고 그 이유가 정당한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식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진짜 살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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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4/20 13:15

      그러게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거야 그렇다쳐도(저도 그럴 때가 많으니까요..^^;;), 누군가를, 어떤 행위를, 어떤 정향(생물학적으로 영향받아 정해진 취향)을 스스로 아무런 고민없이 미워하고, 증오한다면 그건 스스로에게도 몹시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9. silent man 2010/04/19 23:52

    그라지라. 백 번 양보해 동성애를 싫어할 수 있죠. 것이 단순히 기호나 취향 차원에만 머무른다면. 키 작은 걸 싫어할 수도 있고, 심지어 흑인/백인을 싫어할 수도 있죠. 성숙하지 않은 게 잘못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걸 너무 대놓고 표현하고, 그게 무슨 대단한 지향점이라도 되는냥, 어떤 타당한 근거라도 가진 듯 우기는 게 볼썽 사나울 뿐.

    그런데 이런 포스팅을 한 민노씨의 수고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 들어 더욱 이런 글을 여기서 소비하는 건 결국 끼리끼리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 맞장구나 치며 자위하는 게 아닐까란 안타까움이 강하게 듭니다. 이런 걸 '저 밖에 있는 사람들'이 봐야하는데 말이죠. 서로 치고 박을지라도.

    + 동성애자에 대한 열라 웃긴 인식 가운데 하나라면 역시 '찐따 같이 생긴 것들'이 '동성애자라니, 날 덮치는 거 아니야'하고 착각하며 걱정하는 거죠. 동성애자는 무슨 취향도 없이 아무에게나 들이대는 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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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4/20 13:19

      싸맨님 오랜만입니다. :)
      요즘 연애생활은 늘 그렇게 화기애애하신지...

      '끼리끼리'에 대한 아쉬움은 블로깅을 시작하면서도 늘 생각해오던 주제입니다. 언젠가 하이커님께서도 강하게 지적하셨던 것도 생각나네요. 그 "안타까움"을 타계할 수 있는 비책(?)이 생각나시면 살짝 일러주십시오! ㅎㅎ

      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강해서, 그저 '변태'의 '추행'을 꼭 동성애자의 추행으로 '예단'하거나, 혹은 정말 변태스런 동성애자의 행위더라도 그 '동성애자'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이성애자가 변태스런 행위를 하면, 저런 이성애자를 봤나! 이러지는 않잖아요. 스스로 부지불식간에 내재된 인식의 한계라는 생각을 강하게 합니다. 저 스스로도 그런 관성이 없지 않고요...

  10. 닭장군 2010/04/21 01:17

    난 예쁜남자를 좋아해요. 아 .. 여자는 너무 높은 벽이라서, 대신 여자처럼 예쁜 남자를 좋아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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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4/22 13:07

      저는 예쁜 여자를 좋아합니다!
      아무리 높은 벽일지라도....ㅎㅎ
      그런데 아무리 예뻐도 뭐 다 사람 아니겠는지요? :)

  11. 時雨 2010/04/21 23:54

    보편 타당한 가치관이 아니라 단지 비슷한 기호를 가진 다수의 감정에 의한 거라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해소될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까지의 여러 편견들이 그랬듯이 말이죠
    성소수자의 인권을 논하고 그걸 여론화시키는 건 그 시기를 앞당기는 일일 거고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 시선들이 단지 감정이 아니라 깊은 고찰에 의해 관념화 된 거라면
    그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추구하는 가치는 다르지만
    누구나 인정하고 공감하는 일반적인 가치는 있잖아요
    무지에 의한 편견은 무섭지만 어쩌면 사유에 의한 편견이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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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4/22 13:13

      저는 낙관적이진 않은데요.
      인류의 역사가 이성적인 각성을 통한 인간성 고양과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는 것 같아서요. 오히려 말씀하신 말미 부분의 우려처럼 인간의 이성과 과학기술문명의 성과들이 인간성을 오히려 추락시키고, 또 그 인간성을 지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가끔씩 듭니다.
      진지한 논평 고맙습니다.

  12. nassol 2010/04/22 05:05

    세어필님의 댓글에 공감합니다. "이래저래 나눠서 자신이 속한 쪽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살고 있는 게 뭐랄까... 좀 갑갑합니다." 자신이 속한 쪽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사는 것, 그것도 자신이 속한 쪽에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상속받은 힘을 당연시 여기면서 사는 것이 과연 멋진 것인지 의문입니다. 마치 아버지가 이룬 부를 마치 자신의 능력인 양 착각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상속에는 세금이라도 있는데, 다수이기 때문에 부여받는 힘은 줄어들지도 않고 오히려 점점 커지는 듯 합니다. 소수도 불쌍하지만 다수에 속한 이들 중에서도 불쌍한 이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속으로는 동성애 성향이 있으면서도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반대에 부딪힐 용기가 없어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는 이들.. 통계적으로 인구의 몇 퍼센트가 동성애자라면 한국에도 그 퍼센티지가 다를리 없을 텐데 말이죠.

    민노씨가 이 글을 쓴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동성애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검색했을 때 이런 의견의 글이 있으면 그래도 좀 읽어보지 않을까 싶어요. 캡콜드님이 얘기하신 개념을 동성애에 대한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적용해보면, '파블로프30'(http://capcold.net/blog/5105)에 해당하는 동성애혐오자들은 말이 안 통한다고 하더라도, 그 외에 70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이런 글들을 읽어보고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요?

    소수가 못났기 때문에 동정심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보호해야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고통을 최대한 없애려는 건, 미리 보험에 드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기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말이죠. 내가 동성애자일 수도 있고, 우리 오빠가 동성애자일 수도 있고, 내 자식이 동성애자일 수도 있는데, 그들이 차별받지 않고, 부당한 시선에 고통받지 않도록, 미리미리 보험을 들어두는 거에요. 그런 보험을 들어두지 않으면 내 가족에게 강요해야만 하니까요. 당신이 동성애자면 내가 얼굴을 못 들고 다니니까 비밀로 해라라든지, 바꾸라든지, 연을 끊자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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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4/22 13:15

      앗, 반가운 나솔선생님께서 오랜만에 댓글을 주셨근영!!

      다수가 지배하는 문화가 폐쇄성을 갖고, 소수자에 대해 배타성을 갖는 건 일견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역시나 그건 '문화의 각본'이지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 역시도 자발적인 순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캡콜님 글에 링크가 안먹었네요.
      http://capcold.net/blog/5105 :)

  13. 조은주 2010/05/09 02:43

    경북대 경영학 전공 조은주라고 합니다.
    과정 중 졸업논문으로 「블로그의 사용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설문조사 중, 적극적 참여를 통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TOP블로그 여러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하여 죄송한 마음 무릅쓰고 설문을 부탁드립니다.
    약 7분에서 10분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귀한 시간 들여 설문해 주신 만큼 소중히 사용토록 하겠습니다.

    남은 5월도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설문사이트: http://ml.knu.ac.kr/myvote/vote.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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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5/10 14:40

      살펴보고 가급적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

  14. 사랑가루 2010/05/12 16:09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쓰기엔 이미 다른 분들의 지식에 기가 죽었지만
    몇 자 끄적여 봅니다. ^^

    부분적인, 동성애 편견 이유나 예를 종교(특히 성경)에서 찾으신 건 반대합니다.
    (성경은 사람이 썼고, 편집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전 기독교를 '이성'으로 바라보는 건 포기했어요. ^^;)

    사람에게는 누구나 부모(난자,정자-과학 발전을 떠나서)가 있고 무엇인가 먹어야 생명이 유지되는 것처럼 이성 관계가 당연하고 자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정상' '다수결'로 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전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동성애자를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봅니다.
    이해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동성애자가 될 수밖에 없는 가능성(생물학적)도 열어 두셨습니다.

    댓글에 제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기는 어려운 일이겠습니다만,
    소수자라고 해서 차별 당하면 당연히 안 됩니다.
    하지만, 동성애 문제를 단순하게 인권 문제로 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성 간의 불륜이든 후천적 요인으로 동성애나 양성애를 하는 것이든 성적타락이 분명합니다.
    (동성애자는 선천적으로 태어나지만 동성'연애'자는 후천적 영향으로 생길 수 있고
    그 대표적인 예가 '마돈나' '졸리' 같은 '양성애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에 동성애 소재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제 생각을 쓴 글이 있어서 트랙백 걸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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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5/12 17:12

      논평 고맙습니다. :)

      최근의 연구결과는 이성애가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관습적 틀을 깨뜨리는 연구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동성애를 진화법칙의 대표적 예외로서 '다윈 역설'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는 이마저도 진화법칙의 거대한 메카니즘에 호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죠.

      동성애나 양성애를 '성적타락'으로 보신다는 것의 근거가 무엇인지 사랑가루님께서 주신 댓글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만, 저로선 잘 모르겠습니다. ^ ^;;

    • 사랑가루 2010/05/13 14:29

      성이 쾌락만을 목적으로 쓰일 때 성이 타락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생식을 위해서만 섹스를 해야 하느냐
      하고 이분법으로 묻진 않으실 거죠? ^^

      사람이 자연 질서를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습니다.
      동성애는 자연 질서를 깨뜨리거나 변화시키는 '돌연변이'이구요.
      그래서 진화론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거겠죠.

      덧붙여 선천적 동성애와 후천적 동성애를 다르게 구별지어 생각하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민노씨 2010/05/14 02:11

      섹스가 생식을 목적으로 하는가, 쾌락을 목적으로 하는가... 이걸 굳이 타인에게 관여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저에겐 없습니다. 각자의 선택인 것이고, 각자의 삶의 행태인 것이죠.

      성이란 어떤 개인의 지극이 개인적인 영역에 속한 부분인 바, 그것이 공적으로 어떤 해악을 명징하게 드러내지 않는 바에야 사회적으로 간섭되어선 안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천적 동성애와 후천적 동성애를 구별하시는 취지는 십분 이해합니다만, 후천적 동성애가 왜 도덕적인 타락으로 비난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선천적 동성애가 성적 '정향'이라면, 후천적 동성애는 성적인 '취향'으로 생각하면 그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어떤 구체적인 해악을 '공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네요.

    • 사랑가루 2010/05/14 03:14

      성이 지극히 개인 영역이란 말씀엔 동의해요.
      그러나 후천적 동성애자는 자연적인 것을 버리고 쾌락을 선택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타락이라고 말했답니다.
      만약 이성애뿐만 아니라 동성애도 자연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선입견을 학습했더라면
      후천적 동성애를 당연하게 보거나, 제가 동성에게 사랑에 빠졌을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여전히 민노씨께 후천적 동성애가 왜 성적 타락이라 비난 받아야 하는지에 속시원한 답은 안 되겠지만
      개인이 타락하는 것 또한 위험한 문제라는 제 관점을 그냥 인정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종교적 신념도 포함된 데다가, "왜"에 대한 이유와 타락이라는 정의가 민노씨께 환상고리가 되고 있어요).^^
      더 쓰려니 터무니없이 길어질 것 같고, 구지 민노씨께서 제 생각을 완전히 이해해야 할 의무도 없구요.
      부족한 사람이 뭔가 아는 척 진지한 척 글을 쓰려니 버거워요. 히힛.
      어렵지만 즐거운 경험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민노씨 2010/05/14 04:12

      물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명제를 저 역시 깊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타락이 '관계' 속에서 사회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단느 사랑가루님의 염려(제 추정이 맞다면요)에 공감하지 않는 바는 아닙니다.

      다만 후천적 동성애가 '타락의 징후'라는 관점은 다수 이성애자들의 관점이라고 생각하는 바라서요. 선척적 동성애가 어쩔 수 없이 정해진 성향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면(정향), 후천적 동성애는 "취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성향이 공동체에 해악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적인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한, 그것은 다수 사회가 오히려 넉넉한 포용력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족한 사람이 아는 척 진지한 척... ^ ^;;
      겸손이 과하십니다.
      저야말로 사랑가루님과의 대화가 참 즐겁고, 좋았습니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해서 대화가 굳이 싸움이 될 필요는 업다고 생각하고, 혹은 싸움(논쟁)이 되더라도 그 싸움은 여전히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야말로 사랑가루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

      이 대화는 제가 주낙현 신부님의 인터뷰를 정리하는 대로 다시 이어가길 바랍니다.

  15. 2010/05/31 16:28

    재밌고 유익한 글이었습니다.

    이런 글은 늘 댓글 감상이 제 맛이지요.

    "인생은 아름다워" 관련 네이트 포스팅을 보려다 흘러왔는데

    이런 유익한 정보들을 접할 줄이야..

    여러가지 논점들을 일목요연하게 풀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합니다.

    또한 "밖에 계신 분들"에게도 접할 기회가 있길 바래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5/31 20:42

      다소 오래된 글인데 이렇게 댓글로 격려를 주시니 참 고맙습니다. :)
      관련글을 써야하는데, 컨퍼런스 정리, 선거시즌의 뒤숭숭함으로 글이 늦어지고 있네요...
      혹시라도 다시 오실 기회가 있으시면 이후 후속 관련글에도 논평을 주시면 참 반가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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