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는 자기정당성을 자기에서 찾는다. 독재는 자기정당성을 스스로 무한반복하는 성찰없는 운동성이다. 그 독재에는 '타인'이라는 게 없다. 그래서, 최근 펄이 인상깊게 봤다는 영화 [더 웨이브]에서 주인공 교사가 '독재'란 수업주제를 강의하는 첫 마디가 바로 이 'auto'다. 독일어 '독재'에도 그 'auto'라는게 붙어 있더라. 독재는 오직 스스로에게 다시 돌아와 묻는다. 내가 원하는 것인가. 그것은 내가 옳은가를 질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옳으니까.

독재에는 또 '역지사지'라는 게 없다. 요즘 개봉중인 영화 [공자]에는 당시 순장제도(주인이 죽으면 종들까지 함께 파묻어버리는) 희생당할 위기에 처한 한 아이를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에서 공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타인에게 요구해서는 안된다. 어제 법정 스님이 입적하고, 청와대는 한마디 했다고 하더라. 법정의 "중도"가 MB의 정치 노선과 닮았다나 뭐라나. 세상을 오직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역지사지란 개념이 아예 존재한 적도 없을 때에야 나올 수 있는 소리다. 이런 이건 정말 가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많은 시민들이 안타깝게 바라보는 한 노스님의 죽음도 자기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이명박의 독도 발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7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후쿠다 총리가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데 대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경향, 언론연대 "MB의 독도발언, 공포와 괴기의 스펙터클"

MB의 오토매틱스러운 자기 중심적 철학은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기이한 광채를 뿜어낸다. 독재는 자기말만 하는 사람이다. 그 정당성은 자기말만 하는 자기반복의 메커니즘에서 생겨난다. 그런 자기 반복 속에서 독재는 항상 스스로 옳은 것이 된다. 그리고 언론이 침묵하고, 그 침묵을 시민사회에 강요할 수 있다고 믿을 때 실체로서의 독재는 완성된다.

우리마저 입을 다물면, 그렇게 되면, 그 때는 드디어, 우리가 MB다.


* 추천
각 사 편집 책임자에게 물어봤다 "왜 보도 않으냐"고
"그게 주요 뉴스인가?"…"요미우리 일방 주장일 뿐" (미디어오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561

"방송사, 요미우리·MB에 포로가 됐나"
언론개혁시민연대, 지상파 방송의 침묵에 '호된' 질타 (미디어오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569

* 강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은밀히 추진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파괴하려는 끔찍한 재앙이다. [....] 대통령 공약사업 홍보물의 그럴듯한 그림으로 지역주민들을 속여 엉뚱한 환상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개발 욕구에 불을 붙여 국론을 분열시키면서 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지극히 부도덕한 처사이다. 일찍이 없었던 이런 무모한 국책사업이 이 땅에서 이루어진다면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다. 이런 일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면 우리는 이 정권과 함께 우리 국토에 대해서 씻을 수 없는 범죄자가 될 것이다.
- 법정스님, 한반도 대운하 안된다.

법정 스님은 분명히 말씀하셨다. 한반도 대운하, 즉 4대강 죽이기 사업은 이 땅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끔찍한 재앙이고, 지극히 부도덕한 처사이며, 이것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온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사업을 눈 하나 꿈쩍 하지 않고 진행하는 자들이 법정 스님과 철학이 비슷하다고? 그것도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은 스님의 법구 앞에서 할 말인가? 그러고도 당신들이 과연 인간의 탈을 썼다고 할 수 있는가?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못하는 자들이여, 이제 더 이상 법정 스님의 맑은 정신을 욕보이지 마라.
- 소요유, 망자를 쉽게 욕보이는 방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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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망자를 쉽게 욕보이는 방법 1

    Tracked from soyoyoo.com 2010/03/13 11:19 del.

    망자에 대한 예의라는 말이 있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생전의 관계가 어떠하든 예의를 차리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것이다. 법정 스님이 어제 입적하자마자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자가 이런 식으로 논평을 했다. 법정 스님의 저서 <조화로운 삶>에 대해 이 대통령이 “산중에 생활하며 느끼는 소소한 감성과 깊은 사색을 편안한 언어로 써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한 추천의 사유도 소개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대통령이 해외 출장...

  2. Subject : C'est plus bien d'avouer votre ignorance que de ...

    Tracked from Le mneme de 'Teardrop'. 2010/03/14 10:47 del.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보다 지적인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니까 나도 내 목소리를 보태는 것이 훨씬 편한 일인데, 그러지 않겠다고 '고백'하는 건 좋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한 발, 한 발 가겠다'는 다짐까지 실현된다면 더 좋은 일이겠고요. 오늘따라 '독재'와 '파시즘'으로, 오랜만에 펼쳐든 <행복한 책읽기>에서 겹쳐지는 글들을 보는 묘한 우연에 재미를 느낍니다. 'dictator'의 어원은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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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필로스 2010/03/13 00:36

    트위터 독백을 보고, 무플방지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요즘 저희 집에서 bit.ly접속이 안돼서, 트위터에 비틀리 링크로 올리면 그냥 지나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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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3/13 00:55

      앗, 블로그계의 큰형님께서 ㅎㅎ
      고맙습니다. :0

      그런데 그건 주성치씨께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링크 멘션으로 달지 않았던가요? 그래서 해결하셨는줄 알았는데... m.m;; 아직이시근영.

    • 필로스 2010/03/13 01:04

      그걸로 해결이 안되더군요. 아름방송 인터넷 쪽과 이틀동안 실랑이한 결과, 해외백본망에서 차단된 것 같다고 며칠 더 기다려달라고 하네요..

    • 민노씨 2010/03/13 01:06

      아이고.. 그러시근영.
      아무튼 어서 해결되시길 바랍니다!!

  2. Raylene 2010/03/13 00:49

    안녕하세요 악플러입니다 제가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댓글 팍팍 쏴드림!!!

    언론만 믿고 뒷짐지고 있다가는 순식간에 비겁한 침묵자가 되어버리는 현실이 싫네요. 그저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찾고 읽고 퍼뜨리는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아 우리 아부지 어무니 아직도 텔레비젼 신문 뉴스만 보면 세상돌아가는 걸 모두 알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게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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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3/13 01:04

      백만년만에 레일린님이 댓글을 영접하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
      앞으로 팍팍!! 쏴주시다는 말씀을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ㅎㅎ

    • .cat 2010/03/13 01:09

      저는 살살 쏴드리겠습...(소심)

      저런 뉴스나 용의자 검거 뉴스 보면 진짜 언론이란게 왜 저따구냐...싶어요.
      나름 좌파(?)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MBC도 마찬가지여서 한숨만 나오더라구요.

    • 민노씨 2010/03/13 01:44

      앗, 닷캣님! 감솨!! ㅎㅎ
      이제 기성언론에 기대하기 보다는 정말 우리들 스스로가 우리들의 목소리를 조직(?)화할 필요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들 역시나 너무 게으르고, 바빠서리...;;;;

  3. 민노씨 2010/03/13 03:18

    * 본문 보충 : 소요유글 링크 소개 및 인용
    - 법정스님의 한반도 대운하 반대한다(소요유글에서 재인용)
    http://www.soyoyoo.com/archives/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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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nassol 2010/03/13 18:38

    솔직히 고백하자면, '독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아직 정리를 못 정한 상태라고나 할까요. 돌이 날라오는 소리가;;; 물론 대통령이라면 이것에 대해서 입장이 명확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어요.. 입장이 명확하다면, 대답을 제대로 했어야 하는 것 같고요.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면 나중에 가능해질테니 기다려달라는 얘기인건지, 그게 대통령의 장기적인 생각인 건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독도는 우리땅이라고생각하는게 당연하다는 것은 많이 듣기는 했지만, 독도 관련해서 뭐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게 없으니까 생각이 선뜻 정리가 안되요. 남들은 다 파악하고, 결론내리고, 목소리 내어서 주장하고 있는데, 저만 굉장히 뒤쳐진 느낌이에요. 하지만, 그 상태를 어찌 바꿀 수는 없고, 한발 한발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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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elui 2010/03/14 11:06

      리플을 적다가 트랙백 분량으로 길어져서 주소를 남깁니다.

      http://icelui.egloos.com/2556472

    • 민노씨 2010/03/16 10:47

      이슬뤼님 답글 트랙백에도 언급되는 것처럼 참 용기있는 논평이십니다. :)
      그리고 저 역시 강한 목소리를 낸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나솔님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영토권을 확고하게 언명해야 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말이라는 정도만으로 사안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혹여 요미우리의 일방적 주장이라면 더욱 명백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겠지요.

  5. 이대팔 2010/03/13 22:15

    과대한 망상의 댓글 달고 자빠졌네 할지 모르지만...

    이번 청와대 대변인의 '중도'철학이니 '조화로운 삶'이니의 드립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각 정당이나 청와대의 대변인이라는 사람들은 단어하나 문장하나 말의 억양등을 선택하고 가다듬어 승부?를 보는 정말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들입니다.보좌관이 옆에서 턱받이 해주고 떠먹여 줘야하는 일부 멍청하고 무능한 정치인과는 다릅니다. 저러한 실수?는 그동안의 MB정부와 불교계와의 불편함이 고려된 그야말로 고인을 고의적으로 모욕하고 조롱한 표현이라고 밖에는 볼수 없겠네요. 그것이 아니고 정말 단순한 실수라고 해도 '대변인'이라는 직책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그 실수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알고 물러나거나 사과하여야 할 터인데...MB와 그 사람들이 워낙에 인간에 대한 예의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어떤 인지신경기능을 단체로 어디서 주사맞고 제거 한 것인지...그런 것은 기대하기 어렵겠지요.

    그리고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설마 그래도 대한민국 대통령이신 각하께서 그랬으랴하고 가카를 믿어 드리겠습니다만 그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충분히 보도해야 하는 사안인데도 아무런 "찍"소리도 못하는 언론의 태도는...아무래도 청와대에서 "(가카께서) 지금은 곤란하다. (니들 "찍"소리도 말고) 기다려 달라"라고 어떤 지침이나 요청이 내려오지 않고서야...김길태에대해서는 24시간 실시간으로 지저분하게 까발려서 민망할 정도인 언론의 태도를 볼때 위의 요미우리관련 보도에 대한 언론들의 비슷한 반응은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마도 '삼성을 말한다'관련하여 "2년동안 굶었다 이해해 달라"라고 한 모 신문의 솔직?한 입장이 지금의 상황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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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3/16 11:11

      이대팔님과 고로께님은 정말 댓글로만 글을 남겨두기엔 너무도 아쉬운데 말이죠.
      언제 이대팔님 댓글만 정리해서 포스팅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ㅠ.ㅜ;

  6. 짜가 2010/03/16 13:49

    전 정말... 주고 싶으면 줘도 괜찮은데요 (사실 안괜찮습니다!), 제발 뺏기지만 말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무리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일인이라 하건만, 모든걸 자기 맘대로 하라고 국민들이 뽑아준건 아니겠지요. 기달려 달라는 말은 그게 무슨 뜻이었건, 거기서 나왔어야 하는 말은 아닌것 같은데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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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3/17 01:19

      그렇습니다. 아무리 MB에게 호의적으로 해석해도, 그 상황에서 "기다려달라"는 말은 해서는 안되는 말입니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무거워야 합니다. 더군다나 외국의 수상에게, 영토에 관해 언급하는 말의 무게는 더 거론할 필요조차 없겠지요.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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